열일곱 소년 강호는 어른들 보기에 영락없는 비행청소년이다. 집을 나와 주유소에서 일하고,학교 선생님들에게 툭하면 대들고,오토바이 폭주에 빠져 대학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강호를 두고 기성세대는 "여기 불량품 좀 구경해라"는 말을 툭툭 던진다.

하지만 강호에게는 늘 지키는 '룰'이 있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오토바이를 탈 때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헬멧을 꼭 쓴다.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철이 들어도 제법 든 편이다. '나같은 놈이 싸움질을 하거나 건달처럼 놀았다간 온갖 불쾌한 악평만 따라붙는다'는 냉혹한 세상 원리를 일찌감치 깨우친 덕분이다.

속이 꽉 찬 문제아 강호는 모범생의 가면 아래 불만만 들끓는 도윤과 교내 밴드부 활동을 같이 하면서 젊은 '끼'를 마음껏 발산한다.

청소년 소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비룡소)에는 이처럼 10대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신뢰가 녹아 있다. 이 소설로 제3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작가 박선희씨(46 · 사진)는 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이들이 '왜?'라는 문제의식 없이 어른이 되는 게 정말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스스로 출구를 찾아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10대 조카만 넷을 둔 그는 청소년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고,이왕 놀려면 멋지게 놀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 속 청소년들은 일탈할 듯하면서도 쉽게 일탈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탈선의 유혹에 직면하면 '그러는 순간 3류도 아닌 3.5류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만큼 나름대로의 규범이 있어요. 게다가 가족이나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의 사랑까지 있다면 아이가 벼랑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