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30여년을 돌이켜 보면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이 더 많아서 후회돼요. "

29일에 이어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61)은 서울 메리어트 호텔 스위트룸에 기자들을 직접 초청해 지금까지의 음악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캐슬린 배틀은 제시 노먼,바바라 헨드릭스와 함께 세계 3대 흑인 소프라노로 꼽힌다. 세계 최고의 콜로라투라(높은 고음으로 기교가 뛰어난 성악 스타일)로도 불리는 그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극장,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서정적인 목소리와 뛰어난 외모로 청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 공연.1995년,2000년 공연에선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국내 팬층이 두텁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연주회 4일 전에 입국했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보통 공연 전날에 입국하는 것과 비교된다. 그는 "서울은 내가 살고 있는 미국 뉴욕과 13시간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 사실 13일 전에 와야 했다"고 웃었다. 그는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슈베르트의 '남자들은 다 그래', 멘델스존의 '새로운 사랑', 리스트의 '로렐라이', 흑인 영가 등을 이번 연주회의 레퍼토리로 꾸몄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은 1년 전 카네기홀 공연을 위해 세심하게 골랐던 레퍼토리와 거의 같다"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배틀은 또 "앙코르 곡으로는 절친한 친구인 스티비 원더의 곡을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을 위해 스티비 원더에게 노래 코치도 받았다"고 말했다.

배틀은 1990년대 이후 마틴 카츠,케니 바론,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등 재즈 뮤지션들과도 작업했고 팝가수 자넷 잭슨의 앨범에 참여하는 등 클래식을 넘어 폭 넓은 음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모금행사에만 참가한다"며 "클래식이 내 본연의 음악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유의 세밀하고 청아한 발성으로 '은빛 목소리''천상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다. 29일 공연에서도 환갑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깊고 청아한 선율을 들려줬다. 그는 "보통 나이가 들면 목소리와 함께 레퍼토리가 바뀌지만 난 크게 변하지 않아 지금도 수십년 전에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30년이 넘게 세계 정상급 성악가로 활동해 온 그는 가장 자랑스러운 음악 작업으로 아이들과의 협연을 꼽았다. 그는 "교사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할 때 가장 신이 난다"며 "최근 브라질에서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한 공연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한국 공연에서는 꼭 한국 어린이합창단과 한국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캐슬린 배틀은 한국 공연 이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공연, 피아니스트 올가 컨과의 협연 등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그리스 작곡가 반젤리스와 미국 팝스타 스팅이 쓴 곡을 꼭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