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전체를 바라보고,또 자기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쓸 때,어떻게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러나 나는 희망을 잃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1919년 3월27일) '어젯밤 런던에 심한 공습이 있었다.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포인츠 홀》을 착실히 써 나가고 있다. '(1940년 9월 18일)

영국 여성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일기 중 일부다. 그는 《자기만의 방》 등 뛰어난 작품을 썼지만 순탄치 못한 삶으로 더 많은 얘깃거리를 남겼다. 《어느 작가의 일기》는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자살한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일기.1915년부터 죽기 나흘 전인 1941년까지 쓴 것 중 문필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추려 엮었다.

책 속에는 '인생은 아주 견실한 것일까,아니면 매우 덧없는 것일까? 이 두 가지 모순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늘 그래 왔고,또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새로운 비평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 증명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데,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또 남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그리고 영원히 나 자신의 주인이다' 등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평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사고도 드러난다. 《댈러웨이 부인》을 쓰던 1923년에는 '나는 이 책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정직하게 말해서 내가 더 이상 한 줄도 쓸 수 없게 될 때까지 나는 글을 써 나갈 작정이다'라고 기록했다.

대공황기인 1929년 10월 일기에서 그는 '작품 안에 날카로운 여성적 울림이 있어,내 친한 친구들이 이 책을 싫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은 열의와 확신을 가지고 썼다'라고 적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