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과 내달 '완타치 전국투워' 시작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ㆍ32)는 군대 훈련소를 두 번이나 경험했다.

딸 쌍둥이 아빠인 그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꿈꾸기조차 싫다는 경험을 진짜로 한 것이다.

2005년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를 마쳤지만, 재입대 판결을 받아 2007년 12월17일 현역으로 입대했다.

7월 제대한 그를 27일 아이비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아이비의 3집 타이틀곡 '터치 미(Touch Me)'를 쓴 작곡가로 참석한 그는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다.

"사람이 간사한 게, 민간인이 됐다는 기분이 아니라 벌써 내무반 시절이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가끔 피곤하고 일이 과부하가 걸렸다는 생각이 들면 인터넷에서 입대일 사진을 봐요. 그러면 삶에 전투력이 생기죠. 마치 자양강장제 같아요."

세상에 대한 원망은 없었냐는 물음에 그는 짓궂다는 듯 웃음부터 지었다.

"사람들이 군대 두 번 갔다 왔다 하면 훈련소 두 번으로 정정해 줘요. 사실 횟수보다 한 남자가 32년을 사는데, 20-30대에 산업기능요원 35개월, 현역 20개월 총 55개월을 국방의 의무로 보냈다는 게 아쉽긴 하죠. 하지만 제가 겪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중에게 희로애락을 대신 전달해주는 게 우리 직업이라면 저는 무기가 많아지고 튼튼해진 거니까요."

◇합동공연은 '짬자면' 아니다

복무기간 동안 의지가 됐던 건, 가족 다음으로 가수 김장훈이었다.

김장훈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면회를 와서는 군대에서 시간을 보낼 '타임 테이블'을 짜줬고, 싸이의 부대를 위한 위문공연도 열어줬다.

싸이는 "장훈이 형은 외줄타기를 하는 나를 위해 밑에서 그 줄을 잡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공연계를 대표하는 두 가수는 최근 공연기획사 '공연세상'을 설립해 전국 25개 지역을 도는 합동공연 '김장훈 싸이의 완타치 전국투워'를 개최한다.

11월20-21일 대구를 시작으로 12월 안양, 대전, 창원, 서울, 광주, 부산 등지를 돌고 내년 5월까지 인천, 일산, 제주로 공연을 이어간다.

다양한 쇼를 무기로 하는 두 사람인 만큼, 공연 준비 동안 갈등은 없을까.

싸이는 당연히 싸운다고 했다.

"저도 완벽주의자인데 장훈이 형은 저보다 다섯 배나 완벽주의자예요. 미친 완벽주의자죠. 형은 연출자로서 공연을 제작하는 모든 공정을 100% 꿰뚫고 관리 감독해요. 저는 지금껏 공동연출을 많이 해 제가 모든 공정을 알지는 못했죠. 형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두 사람이 작업 초반 부딪힌 건 김장훈이 '만약'의 상황을 너무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다 크레인 접속 불량으로 떨어지면?' 등등….

싸이는 "겉보기엔 형과 내 공연이 같아 보이지만, 내가 운 좋게 잘 흘러와 다행이지, 만약의 상황이 터지면 형 공연이 훨씬 완벽해진다"며 "형은 내게 '네 아이디어는 재미있긴 한데 위험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둘은 연출 분업으로 각각 무대에서 가수로 올인할 수 있게 됐다.

구성도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 김장훈의 '원맨쇼' 공연의 알맹이를 응축해 보여준 뒤, 함께 무대에 서는 그림으로 마무리한다.

"'짬자면'이 아니라 '짬뽕'과 '자장면'을 하나의 가격에 주려고요. 그러려면 둘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무대에 서면 안 돼요. 우리 공연은 마니아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하는 공연이지만 그럼에도 김장훈, 싸이만을 각각 보고 싶어 온 관객들도 있을 테니까요."

위문열차 첫 무대, 비장했다

싸이가 공연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 건, 군대의 영향이 컸다.

"2008년 1월23일 경기도 광명시 52사단에 배치됐다가 국방부 명령으로 차출돼 올해 1월13일부터 홍보지원대에서 '연예사병'으로 복무했다"는 그는 국군방송 위문열차 첫 무대의 기억을 떠올렸다.

"2008년 8월 위문열차가 인접 부대에 왔을 때 처음 섭외가 왔어요. 그날 무대에 오르기 전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저는 사연이 많게 입대한 놈이고, 관객은 100% 군인이고, 주최는 국방부잖아요. '야유를 받으면 어떡하나', '반응이 안 좋으면 가수를 그만둬야 하나?', 무대 오르는 게 무서워 역대 제가 선 무대 중 가장 비장했죠."

그러나 함성은 비명에 가까웠고, 군인끼리 통하는 뭔가가 찡하게 전해졌다고 한다.

그날 무대를 통해 싸이는 '내게 관객이 있는데, 훨씬 고통스러운 일도 참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후로 건국 60주년 행사, 위문열차 등에서 40-50차례 공연했어요. 그런데 제 음악이 군대와 잘 맞더군요. 장군님도 일어나 뛰게 했으니까요. 노래가 '힘내라, 으샤으샤, 달려', 이런 내용이잖아요.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쯤 위문열차 특집 때 공연할 것이고, 받은 개런티는 장병 삼겹살비로 내놓을 겁니다."

싸이는 연예인이란 주위에서 박수를 쳐주니 들떠서 산다고 했다.

자신도 그랬다.

그러나 군 생활을 통해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고, 정체성도 찾았다.

이 과정을 겪는 동안 가정을 지켜준 아내와 두 딸에게는 여전히 미안하다.

"제가 홀몸이었으면 긍정적으로 못 살았을 수도 있어요. 가정이 있기에 훈련소를 두 번째 들어간 날도 죽고 싶다는 생각만은 안 했어요. 들어가서 딱 하루, 마음속으로 울었죠. 제 공백기 동안 아내가 딸들에게 제 사진과 음악, 공연 DVD를 보여주며 아빠를 각인시키는 작업을 했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딸들이 국군의 날에 태어났다는 겁니다."

그는 내년 새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2010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해로 "나는 월드컵 때면 늘 제자리에 있다"고 말한다.

24곡가량 만들어 4곡씩 6번에 걸쳐 선보일 계획이다.

"새 음반서 제대로 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가사, 멜로디, 랩의 감성은 낭만이 있길 바라죠. 데뷔 9년째인데 각종 사건을 제외하고 실제 활동한 시간이 20개월이더군요. 그 시간 치고 히트곡이 많은데 감사해요. 자평하자면 빈도보다 농도가 짙지 않았나요? 하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