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77)는 뛰어난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역사학자,미학자이기도 하다. 소설 외의 저작만 비평 에세이 8권,문학 이론서 7권,기호학 5권,대중문화 비평서 3권,미학 · 철학 2권 등 25권에 달한다.

이들 책을 모은 전집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열린책들)이 오는 30일 국내에서 출간된다. 소설 · 동화를 제외한 이번 전집은 백과사전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르네상스형 지식인''살아있는 도서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현대 문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의 지혜,번뜩이는 재치와 풍자가 빛난다.

묵직한 주제만 다루는 건 아니다. 그는 상처 입기 쉬운 세상을 유쾌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나 책으로 세상을 뚫고 나가는 방법을 일러주면서 개인과 사회의 '교감 접경'을 넓혀준다.

또 '슈퍼맨''본드걸'과 이데올로기의 관계,찰리 브라운 등의 만화 주인공과 인간군상의 심리학,TV와 인터넷에 위협받는 신문의 생존 전략까지 내놓는다.

세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기호와 구조를 찾아내고,콜럼버스의 항해부터 바벨탑까지의 역사를 아우르며 언어와 사고의 흐름을 파헤치기도 한다.

열린책들 출판사는 이 전집을 2004년 기획,5년 만에 9300장 분량으로 완성했다. 제작비만 4억원 이상 들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책의 미래를 논하는 《책을 버려?》(가제) 등 신작 2권도 번역해 전집에 추가할 예정이다. 각권 9000~2만5000원.세트 38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