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버르장머리가 없다. ''멍청하고 산만하다,자제력은 부족하고 이기적인 데다 불만만 많은 응석받이다,인터넷에 중독돼 폭력적이다,부끄러움을 모르는 데다 툭하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절도범이다,노동윤리 없이 엉터리로 일한다,저밖에 모르고 대중문화 외엔 관심도 없다. '

앞의 것은 고대 도시국가 수메르의 점토에 쓰여 있다는 내용,뒤의 것은 '넷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평가다. 세대 간 단절과 갈등의 벽은 5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의 저자 돈 탭스콧은 의견을 달리한다. 넷세대를 향한 비난은 기성세대의 공포에서 비롯된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넷세대란 1977년 1월부터 1997년 12월 사이에 출생한 이들이다. 기성세대(베이비붐 세대)가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익혀 활용하는 '디지털 이민자'라면,넷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디지털 기술을 공기처럼 호흡하며 성장하는 동안 스스로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찾아낸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분류를 넘어서는 신인류란 얘기다. 저자는 가치관과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이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자유 특히 선택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모든 것을 맞춤화하며,철저한 감시자이자 투명한 기업을 원하고,매사를 놀이화하고,협업과 관계를 중시하고,빠른 속도를 요구하고 혁신을 주도한다. '

기성세대의 비난이나 비판과 달리 넷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현명하며 모든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합리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넷세대의 이 같은 영향력에 주목,이들이 생각하고 활동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그 결과 장차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에 초래될 변화를 예측할 뿐만아니라 그 대응책을 전한다.

이 책이 규정한 넷세대의 공통점은 빠른 속도,열린 소통,방대한 정보 소집이다. 넷세대에게 인터넷은 사용법을 묻지 않고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냉장고와 같다.

따라서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막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무엇이든 수초 만에 세계인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방법을 찾아낸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일방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가르치고,프로슈머로 거듭나며,성실하고 투명하지 않은 기업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부문에 하루 속히 달라질 것을 주문한다. 교육자는 일방적 전달방식 대신 맞춤교육을 실시하고,경영자는 넷세대 특징에 맞는 업무시스템을 설계하며,마케터들은 일방적 광고가 아닌 개별 네트워크에 접속할 전략을 개발하고,정치인들은 비방 대신 디지털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시민단체는 대중을 동료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기성세대나 조직이 이처럼 변화하지 못하고 낡은 가치관에 기초한 방식을 고집하다간 머지 않아 크나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기업의 경우 일과 놀이를 구분짓지 않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조직을 떠나는 넷세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옛날 식으로 경영하고 고용한다면 조만간 인재 확보 자체가 힘들어지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처럼 똑똑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넷세대지만 그 같은 힘을 긍정적으로 활용,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학에 들어가라,직장에서 인내심을 가져라,나쁜 제품을 사지 말라,가족끼리 저녁식사를 같이 하라,경험을 무시하지 말라'는 게 그것이다. 전통적인 가치는 넷세대에게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진공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건 없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고나 할까. 저자 돈 탭스콧은 《위키노믹스》 《패러다임 시프트》 《디지털 경제》 등 디지털 사회의 변화상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 책을 통해 유명해진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미디어 분야 권위자다. 이 책 역시 12개국 넷세대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를 기초로 쓰여졌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