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서 미실 아들 비담 역으로 주목

"너 누구야? 누군데 미실이 직접 챙기는 거야?"

지난 20일 MBC TV '선덕여왕'의 한 장면. 염종(엄효섭 분)이 비담을 의자에 묶어놓은 채 애를 태우며 던진 간절한 질문이다.

머리 회전 빠르고 간교한 염종도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비담의 정체. 미실(고현정)의 숨겨진 아들이자 마음 한구석에 악마적 근성을 잠시 숨기고 있는 비담의 실체는 두 달여 남은 MBC TV '선덕여왕'의 비장의 무기다.

"원래는 문노와 미실 모두 제가 죽이는 거였어요.그런데 처음 설정에서 많이 달라지고 있어 저도 제 앞날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요."

비담을 연기하는 김남길(28)은 이렇게 말하며 실제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본이 한 주 앞서 나오는 까닭에 현재는 잠시 발톱을 숨기고 있는 듯한 비담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담 최대의 혼란기예요. 덕만공주(이요원)를 마음에 품었고, 자신을 버린 어머니의 존재를 알고 괴로워하며, 그런 덕만과 어머니 미실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 역시 고민이 많아요. 예전처럼 그저 방정을 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진지하게만 할 수도 없으니까요."

비담은 애초 야생의 습성을 가진 야누스적인 모습으로 '선덕여왕'에 등장했다.

욕망의 화신이자 악녀인 미실의 핏줄답게 죄의식 없이 살생을 하는 악마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국선 문노(정호빈)의 가르침과 관리 아래 아슬아슬하게 인간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중간에 투입된 데다 혼자서 너무 만화 같은 캐릭터라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죠. 여태껏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캐릭터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나 역시 비담이 그렇게 특이한 인물일 줄은 몰랐는데, 그게 나한테는 딱 맞는 옷 같았다"며 "주변에서도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너 작가랑 친하냐?'고 많이 물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덕만을 통해 난생 처음 측은지심을 느끼게 됐고, 거기서 한 단계 발전해 연정을 품으면서 지금은 잠시 야생성과 악마성을 잊은 상태다.

"풍월주를 선발하는 비재를 기점으로 비담은 확실히 변화했어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었지만 비재 때부터 다른 인물이 된 것 같아요. 악마성은 염종과 춘추 등 주위에 있는 인물에게 나눠준 채, 덕만에 올인하게 됐는데 비담에게는 어떤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천방지축 광인이었던 비담이 덕만을 만나 멀쑥한 화랑이 된 현재 그에게서는 순정만이 느껴진다.

항간에서는 '선덕여왕'의 시청률이 최근 40% 대 밑으로 떨어진 이유가 비담이 발톱을 숨겼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담은 자신이 왕족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덕만과 결혼해 왕이 되려는 야망을 품게됩니다. 하지만 야망에 앞서 덕만을 연모하는 마음이 먼저인 것은 맞아요. 그 점 만큼은 끝까지 유지되기를 바라요."

액션 연기 도중 착지를 잘못하면서 오른쪽 발목을 삐끗했던 그는 지금도 심하게 움직이면 통증을 느낀다.

"다쳐서 반깁스를 했는데 스케줄 때문에 그 상태로 촬영을 해야 했어요. 그 당시에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아팠어요. 그런데 '제발 촬영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나 자신에게 빌었더니 어느 순간 고통을 잊고 연기하고 있더라고요."

비담은 내달 초 48회께 미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또다시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미실 사후에는 비담이 덕만의 주적이 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담은 선덕여왕에 반기를 들어 난을 일으킨 것으로 역사에 한 줄 기록된 인물이다. 하지만 역사란 승자에 의해 기술되는 것 아니냐"며 "우리 드라마에서는 비담의 난에 사랑과 대의라는 명분을 줘, 시청자들이 비담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