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부모님을 일찍 여의는 바람에 한참 늦게 붓을 잡았지요. 그림은 제게 노래 못지않은 감흥과 에너지를 줍니다. "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첫 개인전을 갖는 가수 최백호씨(59 · 사진)는 "인생의 안정기에 들어선 만큼 앞으로 노래보다 그림에 더 열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무들,동정 속에 뿌리 박은'.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100호 이상 대작 유화 작품 3점을 비롯한 ' 나무'시리즈 26점을 건다.

최씨는 체계적으로 미술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2~3년 전부터 여의도에 따로 작업실을 마련,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인전을 열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으나 가수 송창식을 통해 알게 된 이두식 홍익대 교수가 그에게 용기를 줬다. "이두식 교수가 송창식 선배와 친구 분이라 두어 번 뵈었죠. 그러다 그림을 봐달라고 했는데 오셔서 제 그림을 보시고는 전시회를 해도 되겠다고 하셨어요. 이두식 선생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용기를 낸 겁니다. "

인생의 로망스를 노래한 작가의 그림답게 그의 그림엔 낭만성이 곳곳에 배어있다. 자연에 담긴 영혼의 소리를 감성으로 녹여냈거나 인간과 영혼의 대화를 나무를 소재로 작업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고향을 떠난 도시인의 모습과 비슷해요. 안개 속에 희미한 단색조 나무는 홀로 꾸려가는 도시인의 색깔과도 너무나 닮았고요. 자작나무를 비롯해 벚나무,야자수 등은 도시인의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나무처럼 변함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제 인생을 희망하며 나무를 그리게 됐고요. " 그는 영일만 친구들처럼 수평선 바다 끝으로 달리고 입양전야 선술집에 모여 푸른 제복에 실려갈 젊음을 위해 잔을 드는 팔둑굵고 장딴지 튼실한 나무를 그렸다. 또 늙었어도 해마다 회춘하는 열정의 나무 역시 화면에 꼿꼿하게 서 있다. 그의 작품은 한국인의 정서를 잘 대변해 주면서 추상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뷔 30년이 되는 베테랑 가수지만 그림에서는 아직 '신인'인 그는 "노래 만드는 과정과 그림 그리는 과정이 비슷한 것 같아요. 남들 앞에 선다는 점에서 방송이나 공연,전시가 비슷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1977년 '내마음 갈곳을 잃어'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리고 1996년 '낭만에 대하여'로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골든디스크부문)과 KBS 가요대상 작사상을 수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