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으로 손꼽히는 산 카를로 국립극장의 오페라 '투란도트' 갈라콘서트는 '투란도트'의 정수와 한국 가곡,나폴리 민요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련한 이번 공연에서는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은 마르첼로 모타델리는 모스크바 심포니,라스칼라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유럽 정상급 지휘자로 성악가와 교향악단이 따로 놀지 않고 앙상블을 이루게 하는 섬세한 손끝을 보여줬다.

연주를 맡은 서울메트로폴리탄심포니는 젊은 유학파 연주자로 구성된 교향악단답게 패기 넘치고 활기찬 선율을 들려줬다. 특히 현악 파트와 관악 파트의 조화가 돋보였다.

1부의 시작은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 서곡'이 장식했다. 곡의 감미로운 전개 속에서 오보에의 상쾌한 독주가 인상 깊었다. 다음으로 '투란도트'의 아리아가 이어졌다. '들어주세요 왕자님'을 부른 젬마 스티몰라는 서정적인 발성으로 극 중 칼라프 왕자에 대한 애절한 감정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투란도트 공주가 자신에게 청혼하는 왕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맞추지 못하는 이들은 사형에 처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옛날 이 궁전에서'는 김세아가 소화했다. 탁 트인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투란도트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보여줬다. 1부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곡은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였다. 이 노래는 가장 많이 불리는 오페라 아리아 중 하나로 유럽 무대에서 '한국인 칼라프'라 불리는 이정원이 깔끔한 고음 처리로 드라마틱 테너의 진수를 선사했다.

2부는 '피겨퀸' 김연아의 2008~2009 시즌 쇼트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익숙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로 시작했다. 이어서 김세아와 이정원이 '뱃노래''내 맘의 강물''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들려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 무대에서는 한국 가곡에 화답하듯 젬마 스티몰라,빈첸초 사리넬리 등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나폴리 민요를 불렀다. 팔보의 '그녀에게 전해주오',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 등 한국 무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곡이 팬들의 오감을 즐겁게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무대였다. 2부 마지막 곡이 끝나고 관객들이 큰 박수로 앙코르를 요청하자 산 카를로 극장의 성악가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루이지 덴차의 '푸니쿨리 푸니쿨라',에두아르도 디 카푸아의 '오 나의 태양' 등을 불렀다. 특히 서로 주고 받으며 코믹하게 '오 나의 태양'을 들려주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