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배와 여성의 자궁 이미지를 차용해 뱃속에서 꿈틀대는 태아의 움직임,진동을 평면과 설치 작업으로 잡아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존재와 비존재의 세계를 하나로 말하고 싶은 것이죠."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23~31일)을 갖는 서양 화가 이금희씨(43)는 18일 "서로 대립적인 것들을 함께 나열함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익대,뉴욕 롱아일랜드대,파리 소르본대 등에서 수학한 이씨는 여성만이 체험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토대로 생명과 죽음의 신비로움을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형상해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자연의 해석-생성과 소멸'.나무판,철사와 철망,한지와 끈 등의 다양한 오브제로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표현한 신작 20여점을 출품한다.

그의 '자연의 해석' 시리즈는 광목천,거즈,철사 등을 활용해 생명의 신비로움과 소멸의 현상을 세포분열 형태로 표현한 작품.인간의 몸과 세포 등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모형을 만든 후 캔버스에 반복 배치해 세포가 분열하는 것처럼 만들었다. 생명체를 담는 자연으로서의 캔버스와 생사의 흐름을 상징하는 소재들을 절묘하게 녹여내면서 윤회사상의 깊이까지 담아냈다. 또 일부 작품은 캔버스에 구멍을 내거나 칼로 자르고 찢는 행위를 통해 화면 뒤에 숨어 있는 무한한 공간을 새롭게 창조해 내기도 했다.

"캔버스의 표면을 파열시킴으로써 관람자에게 실제 공간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동시에,찢겨진 공간을 통해 안과 밖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고 그 속에 공기의 흐름을 유통시킴으로써 공간을 지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작가는 우리의 삶과 세계가 원래 이처럼 현실에 대한 재현 속에 또 다른 가상을 드러내는 거울 속의 모습,혹은 탄생과 죽음 등의 이원적 세계가 하나의 틀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존재가 비존재를 통해 도드라지듯이,대립을 통해 근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