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가슴과 네 개의 다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탱고.그 라틴어 어원(tangere)은 '만지다''맛보다''가까이 다가서다'란 뜻이다. 남녀의 상체가 밀착된 상태에서 다리를 바쁘게 놀려야하기 때문에 남녀 댄서는 서로의 눈빛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플라멩코는 탱고와 다른 맛을 낸다. 상체에는 딱 맞되 콜라(cola)라는 치맛자락이 주름잡혀 길게 끌리는,원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 무용수의 자태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서늘한 가을 무대를 뜨겁게 달굴 탱고와 플라멩코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탱고 마에스트로가 된 공명규씨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탱고 공연 '피버 탱고Ⅱ'의 서울 앙코르 공연이 한창이다.

2007년 초연 후 지난달 서울 한전아트센터와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 다시 올랐던 이 공연은 열띤 호응에 힘입어 18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이달 안에 서울 소월아트홀에서 또다시 재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04년 아르헨티나 3대 국립극장 중 하나인 세르반데스 극장 무대에 올랐던 아르헨티나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2부 첫 공연인 '아 에바리스토 카리에고'에서는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성 무용수들이 남성 무용수들과 함께 육감적인 탱고 춤사위를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용수 10여명과 연주자 6명이 함께 무대에 선다. 공씨는 특히 태권도 사범과 프로 골퍼를 거쳐 아르헨티나 탱고팀의 리더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관심을 끌고 있다. (02)546-0454

'탱고 시덕션'은 공연명만으로도 그 열기가 짐작된다. '유혹'(Seduction)을 정면에 내세운 공연답게 만 19세 이상 관객만 관람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탱고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아르헨티나 탱고 경연대회에서 7년 연속 '에스텔라레스 델 마르 상'(최고의 무용수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은 구스타보 루소가 안무와 주역을 맡은 작품이다. 루소는 이번에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다.
열정의 탱고…관능의 플라멩코…가을 유혹
'탱고 시덕션'은 탱고의 기원,발전,관능미를 아우르며 총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탱고를 낳은 19세기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하층민들의 모습과 분위기를 희극적으로 그린다. 2부에서는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탱고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공연 내내 천재 탱고 음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이 흐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3부다. 주역 무용수인 루소와 사만다 가르시아는 공연 마지막 10분 동안 상의를 벗은 상태로 유혹적인 탱고의 진수를 선보인다. 다음 달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02)318-4304

스페인에서 '가장 에로틱한 플라멩코 댄서'로 꼽힌다는 무용수 이사벨 바욘은 제12회 서울세계무용축제의 일환으로 '라 푸에르타 아비에르타-열린 문' 무대에 선다.

플라멩코의 깊은 맛을 표현하려면 육체적 기량이 절정인 20~30대보다 정신적으로 성숙된 40대 이후가 좋다는 말이 있는데,마침 바욘은 불혹에 접어들었다. 플라멩코뿐 아니라 스페인 전통무용,발레,현대무용 등을 두루 배우고 17살부터 전문 무용수로 무대에 선 바욘은 이번 공연에서 관록있는 춤사위를 선보일 예정이다.

1시간 넘게 홀로 무대를 장악하는 힘있는 몸짓에다 애수에 차 있으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갖춘 바욘은 '라 푸에르타 아비에르타-열린 문'으로 2007년 세비야 플라멩코 비엔날레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3216-1185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