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기업 경영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인간에 관한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첨예한 논쟁을 이끌어낸 사람이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라는 고전의 저자인 더글러스 맥그리거 MIT대 교수다. 그는 "모든 경영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배후에는 인간 본성과 행동에 대한 가정이 깔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유명한 X이론과 Y이론을 제시했다.

X이론의 핵심은 통제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직원들은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한다. 이런 X이론은 세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일하기 싫어하고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둘째,일하기 싫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조직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적절히 노력하도록 강요도 해야 하고 처벌을 통해 위협해야 한다. 셋째,사람들은 지시받기를 선호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며 무엇보다도 안전하기를 원한다.

이에 반해 Y이론에서는 '직원들은 존중하고 개발해야 하는 자산'으로 간주된다. X이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정을 하고 있다. 예컨대 적절한 조건 하에서 사람들은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기념비적인 책을 출간한 지 거의 50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맥그리거의 문제 제기 후 '직원들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주장은 학계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업 현장은 여전히 X이론을 신봉하는 관리자들로 넘쳐 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를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로 점차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사람을 경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맥그리거의 대답은 명쾌하다. 어떤 조직의 성과가 낮은 이유는 X이론이 가정하는 부하 직원들의 본성 때문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직원들의 잠재력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지 못하는 경영진의 무지와 잘못된 방법들 때문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