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안정적인 영화시장입니다. 한국 영화업계의 역동성을 접목해 5년 내 현지 5위권 메이저 영화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

김정아 CJ엔터테인먼트 대표(47 · 사진)는 11일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국내 최초로 일본에 합작영화사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도호,쇼치쿠와 함께 일본 3대 메이저 영화사로 꼽히는 도에이그룹의 극장 체인 자회사 T-JOY와 손잡고 내년 4월 합작법인을 출범시키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합작법인의 자본금은 5억엔 미만이며 CJ가 60%,T-JOY가 40%를 각각 출자한다. 합작법인 설립은 CJ가 일본 내 사업을 기획부터 마케팅 단계까지 직접 참여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진 '구구는 고양이다''피쉬 스토리' 등에 프로젝트별로 참여,수익을 분배받았었다.

"합작회사는 연간 2~3편의 해외 영화를 공동 제작하고 3~5편의 일본 영화를 자체 제작 또는 배급할 겁니다. 또한 매년 한국 영화를 5편 이상 배급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국내 감독과 배우를 해외로 진출시키고 해외 공동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가교 역할도 해낼 겁니다. CJ 본사도 합작사업을 병행하니까 (합작사업) 창구가 하나더 늘어난 셈이죠."

T-JOY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멀티플렉스를 빠르게 확대하며 현재 15개 극장,142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4위 극장 체인.합작법인을 통한 현지화 경영으로 연간 10조원 규모의 일본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CJ를 아시아 대표 스튜디오로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일본뿐 아니라 잠재력이 큰 중국과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에서도 글로벌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독자적인 배급 사업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구축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방침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올 연말께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제작 · 배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에서도 사무소를 운영하며 합작 프로젝트를 개발 · 투자하고 있는 김 대표는 장쯔이와 소지섭을 내세운 합작 영화 '소피의 연애매뉴얼'로 중국에서만 1억위안(약 170억원)의 흥행수입을 거뒀다. 이 작품에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CJ 측은 적어도 1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합작 영화 '어거스트 러쉬'로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는 메이저 유니버설의 투자를 유치했다.

"5000만 인구의 시장(한국)을 겨냥해 50억원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 영화의 해외시장 진출은 필수적입니다. 다양한 글로벌 전략으로 5년 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겠습니다. "

김 대표는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5년 만에 흑자전환(70억원)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올 2월 여성 전문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30대그룹 CEO로 취임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메인 투자작 '해운대'가 1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순익 목표 80억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산=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