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의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능력이다. 리더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한 기업의 실적이나 성공을 좌우하는 것도 있지만 정치 지도자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면 그것은 한 나라,어쩌면 전 세계의 평화와 행복을 흔들고 깨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되지만,인간인 이상 실수를 완벽하게 피해갈 수는 없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해군제독은 명장의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전함이 대세였던 시절에 해군항공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빨리 간파한 전략의 귀재였다. 1941년 12월에는 연합함대 사령관으로 진주만 기습을 성공적으로 해낸 탁월한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가 의사결정에서 실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바로 1942년 6월의 미드웨이 침공작전이었다.

당초 야마모토의 구상은 적의 소굴을 바로 들이침으로써 기세를 꺾어놓자는 것이었다. 대본영과 육군의 반대가 거셌다. 태평양 남부에 걸친 미군 보급선의 무력화가 우선이라고 하자 바로 그 보급선을 보호하는 미 해군의 기지를 무력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미드웨이 침공계획이 관철되지 않으면 사임하겠노라고 으름장까지 놨다.

결국 많은 우려와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야마모토의 계획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자신이 만들어낸 항공모함과 항공대의 우위를 미국에 고스란히 헌납한 꼴이 됐고,전쟁은 긴 몰락의 과정으로 접어들었다. 야마모토의 실패는 '성공습관으로 인한 착각 때문이었다'는 게 《확신하는 그 순간에 다시 생각하라》의 저자들의 분석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리더일수록 항상 자신은 상황을 적절히 평가하고 적절한 행동계획을 마련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리더의 이기심과 애착도 리더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2001년 미국 엔론의 파산은 임원들의 이기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최고재무책임자인 앤드루 패스토를 비롯한 엔론의 임원들은 주주와 직원,고객과 하청업체를 희생시켜가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결정을 거듭했다.

리더가 빗나간 애착에 눈이 멀면 당연한 고려사항도 배척하게 된다. 조지 부시 정부 시절 출세가도를 달렸던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5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중도 사퇴한 것은 여자친구에 대한 애틋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는 세계은행 직원이었던 여자친구를 국무부로 보내 승진도 시키고 연봉도 올려주도록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이처럼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은 우리 두뇌가 파놓은 네 가지 함정 때문인데,저자들은 이것을 오도성 경험과 오도성 예단,부적절한 이기심,부적절한 애착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잘못된 의사결정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점을 노력하라고 제안하는 도덕교과서는 아니다.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실수하게 마련인 리더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더 자신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안전장치로 몇가지 절차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