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태풍과 그에 따른 폭우로 태평양 연안 국가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엘니뇨'가 그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8일 태평양 중부와 동부 해역의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최근 대만과 필리핀 등을 잇따라 강타한 태풍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발생한 태풍 피해를 보면 태풍이 올해 특히 활발한 것처럼 보인다.

9월 이후 지금까지 열대성 저기압이 8개가 발생해 5개가 태풍으로 발전했고 2개는 가장 강력한 등급인 '슈퍼태풍'이 됐다.

그러나 올해 실제 태풍 발생 횟수는 오히려 예년보다 약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서태평양에서는 모두 19개의 열대성 폭풍우가 발생해 예년 평균 27개에 못 미치고 있다.

또 태풍 발생 횟수가 그해의 태풍 강도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태평양과 달리 대서양의 경우 올해 예년과 비슷한 8개의 열대성 폭풍우가 발생했으나 대부분이 약하고 빨리 소멸해 육지에는 거의 닿지도 않았다.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강도를 더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열대성 폭풍우에 포함된 총 에너지를 나타내는 '축적사이클론에너지(ACE)'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우의 ACE를 모두 측정한 플로리다주립대 박사과정 라이언 모이씨에 따르면 올해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의 ACE는 예년 평균보다 20% 정도 적고, 북대서양 폭풍우의 ACE는 예년보다 50%나 적다.

이처럼 올해 태풍이 예년보다 숫자와 총에너지에서 모두 약하지만 사람들이 더 강하다고 느끼는 것은 9월 이후 5개나 되는 태풍이 아시아 각지를 직접 강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필리핀에는 2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태풍 켓사나와 파르마가 상륙했고, 대만 역시 8월 태풍 모라꼿과 아타우의 강타로 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플로리다대 모이 씨는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는 늦여름에 서태평양에 더 많은 태풍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요인으로 엘니뇨를 꼽았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해수면 온도가 더 높아짐에 따라 열대성 폭풍우가 넓은 바다에 더 오래 머물면서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엘니뇨가 있는 해에는 '슈퍼태풍'을 더 많이 보게 된다며 태풍 초이완과 멜로르가 모두 슈퍼태풍이 된 올해도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