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으로 꼽히는 산카를로 국립극장이 오페라 '투란도트'를 국내 팬들에게 선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련하는 무대에서다. 오페라 본고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7일 열리는 갈라콘서트에선 산카를로 극장의 주역들이 '투란도트'의 정수만을 골라 들려준다.

◆270여년의 오페라 메카

이번 무대를 장식하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산카를로 극장은 1737년 개관해 올해로 272주년을 맞았다. 1800년대 초반 오페라 평론가로도 활동했던 프랑스의 문호 스탕달이 "산카를로 극장과 비교할 만한 극장이 유럽에 따로 없다"고 극찬했던 유서 깊은 극장이다. 로시니,도니제티 등 거장들이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로시니의 '오텔로''이집트의 모세',벨리니의 '비앙카와 페르난도',베르디의 '아틸라',도니제티의 '파우스트' 등 주옥같은 오페라들이 이곳에서 초연됐다.

◆세계정상급 스태프와 출연진

라 페니체 극장,라 스칼라 극장,카를로 펠리체 극장 등 이탈리아 주요 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산카를로 극장의 극장장인 잔니 탄구치가 총예술감독으로 이번 공연을 총괄한다. 연출은 코모 오페라 페스티벌,바리오페라 페스티벌 총감독을 지냈고 유럽,북미 등지에서 활동하는 안토니오 데 루치아가 맡았다.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라스칼라 오케스트라 등 유럽 정상급 교향악단과 협연했고 현재 이집트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상임 지휘자인 마르첼로 모타델리는 지휘봉을 잡는다.

출연진의 면면도 쟁쟁하다. 투란도트 역을 연기할 루치아노 마차리아는 루카 푸치니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라스칼라 아시아 투어 공연 등에서 투란도트 역를 소화해낸 '투란도트 스페셜리스트'다. 칼라프 역을 맡은 마르티 누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테너다. 그는 토리노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칼라프 역으로 데뷔해 20여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이외에도 파올라 로마노,마우리치오 그라치아니,젬마 스티몰라,카르미네 모나코 등 세계 장상급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푸치니의 유작 '러브스토리'

'아무도 잠들지 마라''들어보세요 왕자님''아득한 먼 옛날' 등 감미로운 아리아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인 자코모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도니제티,벨리니,베르디를 거쳐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전통을 이은 푸치니 작품 세계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만드는 데 3년여를 투자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인후염으로 사망했고 제자인 프랑크 알파노가 스승의 초고를 바탕으로 작품을 마무리지었다. '투란도트'의 초연을 맡은 마에스트로 토스카니니가 '류의 죽음'부분에서 "푸치니 선생이 작곡하신 음악은 여기까지 입니다"라 말하고 지휘봉을 놓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나비부인'에서 일본풍의 멜로디를 빌려 썼듯이 귀에 익은 옛 중국 음악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극의 남자 주인공인 칼라프 역은 극적이고 변화가 심한 창법을 요구하기 때문에 소화하기 힘든 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관현악,타악기 사용법의 변화,이색적인 화음 등 이전의 푸치니 작품과 다른 면모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의 내용은 얼음같이 차가운 성격의 투란도트 공주와 조국을 잃고 방황하는 칼라프 왕자의 사랑 이야기다.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에게 구혼하는 청년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사형에 처한다. 칼라프 왕자가 수수께끼를 모두 풀지만 투란도트는 선뜻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칼라프의 시녀 류 등 주변 인물의 도움끝에 두 사람은 만인의 축복 속에 결혼하면서 공연은 끝을 맺는다. 3만~34만원.1588-7890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