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온 Mnet미디어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최종 결승전이 오는 9일 밤 11시 조문근씨(25)와 서인국씨(23 · 대불대 실용음악과)의 대결로 생방송된다.

추석 연휴 기간 세 명이 출전한 준결승에서 홍일점이던 길학미씨가 고배를 마셨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결승에 진출한 조씨는 홍대 앞 카페에서 인디밴드 '길잃은 고양이'를 이끌고 있고,서씨는 환경미화원인 어머니를 위해 도전한 가수 지망생이다. 준결승 심사는 가수 이승철 이효리 윤종신이 맡았고 심사위원 점수보다 배점이 높은 실시간 모바일 투표 참여자 수는 무려 12만건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5월부터 지방 예선을 통해 10명을 추려 방송하며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우승자에게 파격적인 1억원 상금과 가수 데뷔 기회를 주는 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청자 김신희씨는 "오디션 지망생들의 사연이 흥미롭고,매회 갖가지 미션을 소화해야 하는 진행 방식이 재미있다"며 "일반인들이 못다이룬 꿈을 대리만족시켜주는 무대"라고 말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7월 첫 방송 때 시청률 2.9%를 기록한 후 급상승,지난달에는 역대 최고인 7.4%(광고 제외)를 기록했다. 이는 지상파의 보도 · 교양프로그램과 맞먹는 수치.케이블 방송 업계에서는 2% 정도면 '대박'으로 받아들여진다.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이 솟구치며 방송시장 판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케이블 방송 출범 이래 10여 년간 깨지지 않던 지상파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올 들어 케이블 채널 슈퍼액션은 추성훈이 등장한 미국 종합격투기로 시청률 5.4%를 찍었다. TvN은 최근 목욕탕과 화장실 등에서 남녀의 다른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코미디쇼 '롤러코스터'로 3.1%를,직장 여성의 애환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막돼먹은 영애씨',특이한 사람들을 선보이는 '화성인바이러스' 등으로 2%대를 기록했다. 영화 채널의 약진도 눈부시다. OCN의 '300''매트릭스2''판타스틱4',CGV의 '추격자''스파이더맨''캐러비안 해적' 등은 모두 3%를 웃돌았다. 지상파 시청률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던 케이블 채널 시청률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톡톡 튀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예능프로그램들이 많다. 영화부문에서는 케이블 채널이 이미 주도권을 잡았다. 지상파 채널들은 판권 구입 경쟁에서 밀려 영화 편성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

시청자들의 접근성도 개선됐다. 주요 케이블 채널들은 케이블에 가입한 1500만 가구에다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한 280만 가구 등을 합쳐 약 1800만 가구에 노출된다. 지상파 권역대인 1900만 가구에 약간 못 미치는 규모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습관이 바뀌고 있다. 지상파에 채널을 고정시키던 패턴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의 케이블 채널로 이동 중이다.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며 50대 중년층으로 번지고 있다.

지상파 채널들도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케이블 방송(PP)을 늘리고 있다. SBS는 최근 인수한 엑스포츠 채널을 내년부터 경제전문 채널로 바꿀 계획이다. MBC플러스는 최근 라이프 채널을 개국해 7개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 KBS N도 신규 채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고시장도 권력이동 중이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지상파 채널 총 광고비는 2조1856억원으로 2008년보다 8.7% 감소한 반면 케이블 채널 광고비는 8747억원에서 8796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 들어서도 지상파의 광고 감소율이 케이블 채널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상파 독점 구조를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안 중 신설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이 지상파 채널의 케이블 채널 광고 영업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김진경 케이블방송협회 미디어지원 국장은 "지상파 미디어렙이 케이블 채널 광고영업을 하지 말아야 상생구조를 마련할 것"이라며 "케이블 채널의 사업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