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모략의 즐거움》을 통해 중국적 권모술수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소개했던 작가 마수첸(馬樹全)의 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전작이 당(唐) 측천무후 시대 모함과 밀고의 정치를 주도한 간관(奸官) 내준신(來俊臣)의 <나직경(羅織經)>을 토대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제압의 기술》 역시 동시대의 간신 재상 이의부(李義 府 · 614~666년)의 <도심술(度心術)>이 근간이다. 두 사람 모두 측천무후가 중용했다. 이의부가 내준신보다 40세 연상으로 무후의 전반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상 넓은 줄 모를' 정도로 권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문장 재주가 있었던 그는 여러 편의 시와 함께 <도심술>을 남겼는데,사람의 마음을 읽고 부리며 제압하는 것에 관한 일종의 경구집이라 할 수 있다. 마음 사로잡기(擒心),마음 빼앗기(奪心),마음 죽이기(誅心) 같은 10가지 주제 아래 각각 10자 내외의 짧은 경구를 10편씩 담은 길지 않은 글이다.

재상의 입장에서 관리들을 경계하고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지혜의 글들이 많다. 저자는 100편 가운데 93편을 골라 현대어로 풀이했다. 춘추전국의 고사에서 청 건륭제의 일화까지 해설식으로 하나씩 덧붙였다. 짧은 경구가 담고 있는 촌철살인의 여운이 길다.

'사람의 욕망을 알면 그 사람을 부릴 수 있다. 사람은 욕망을 채워주면 못할 일이 없다. ' <마음 헤아리기(度心)>

'성실함만으로는 환심을 살 수 없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아첨을 좋아한다. ' <마음 속이기(欺心)>

열전에 따르면 이의부는 "용모가 겸손하고 말할 때 항상 미소를 띠었지만 속은 음험한 사람이어서 당시 사람들이 그를 '웃음 속에 칼을 감춘 사람(笑中刀)'이라 불렀다"고 한다. 또 무후에게는 한없이 아부하고 많은 사람들을 해쳤기 때문에 '고양이(李猫)'라는 별명도 얻었지만,결국 무후에게 내침을 당하고 유배 중에 죽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