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였던 고 백남준 선생부터 스타 사진작가 배병우,30대 인기작가 최소영씨까지 국내외 화단에서 탄탄한 애호가층을 형성하고 있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전이 잇달아 가을 화단을 수놓고 있다.

현재 전시회를 열고 있거나 준비 중인 작가는 백남준(조현화랑)을 비롯해 이우환(국제갤러리) 배병우(덕수궁미술관) 이용덕(표화랑) 한만영(노화랑) 김정수(민예사랑) 전준엽(빛갤러리) 세오(마이클슐츠 갤러리) 최소영(카이스갤러리) 이길우(선컨템포러리) 이이남(학고재화랑) 김재학(청작화랑) 김동유(아트파크) 등.

대부분 국내 미술시장에서 작품성이 검증된 작가들로 현재 경매에서 거래되고 있는 데다 환금성도 어느 정도 보장돼 작품값이 소품은 점당 수백만원,수작의 경우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최근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점차 활기를 찾아가는 미술시장에서 이들의 작품이 얼마나 팔릴지 주목된다.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배병우씨(58)는 내달 1일부터 한 달간 덕수궁미술관에서 대규모 작품전을 연다. 안개 낀 소나무와 풍경 사진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형상화해 온 배씨의 작품은 양과 음의 대비가 가져다주는 단순함의 미학이 매력이다. 그의 이번 초대전에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함브라궁전 · 헤네랄리페정원의 사계절 풍경,한국 자연의 부드러운 능선을 포착한 '오름' 시리즈,소나무 사진 90여점이 걸린다.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청바지 작가' 최소영씨(29)는 다음 달 22일부터 한 달간 카이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최씨는 낡은 청바지천(데님)을 이용한 콜라주 기법의 참신한 풍경화로 인기 반열에 오른 작가다. 그의 작품은 청바지라는 일상적 소재를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 점이 이채로워 중등교원 미술교과 임용고시에 출제되기도 했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기존의 사각형 액자를 탈피해 청바지로 만든 풍경을 직접 옷 위에 올려 놓은 신작 20여점이 나온다.

주부,직장인 등 폭넓은 컬렉터층을 확보하고 있는 '진달래꽃 작가' 김정수씨(54)는 다음 달 22일 서울 인사동 민예사랑 창립 20주년 기념전에 초대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해온 김씨는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진달래꽃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중견 작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과 작가 정신이 담긴 '진달래꽃' 시리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향불 인두 화가' 이길우씨(43)도 최근 3년간 제작한 신작을 들고 나온다. 다음 달 서울 사간동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에서 '무희 자연'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 그는 인두로 한지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 이미지를 형상화한 참신성 때문에 젊은 컬렉터층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선보일 '무희 자연' 시리즈는 국내외 다양한 춤사위를 영화의 오버랩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등장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을 의도적으로 흐려놓고 색과 색의 대비로 채색의 깊은 맛을 우려낸다.

이 밖에 앤디 워홀,백남준 등의 작품을 재료로 평면과 입체의 통합공간에 '시간의 재생'을 그려내는 중견작가 한만영씨(63)는 노화랑에서,2007년 국내 화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유망 작가 대열에 합류한 세오(32 · 본명 서수경)는 마이클슐츠 갤러리에서 각각 개인전을 갖고 있다. 또 퓨전 한국화가 전준엽씨,홍콩 스타작가 김동유씨 등도 올 하반기에 작품전을 열고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윤섭 한국경영미술연구소장은 "미술시장의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금융시장 안정 속에 미세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만큼 비교적 싼 가격에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