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되는 칼 립켄 주니어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과 1992년 재계약 협상을 진행할 때였다. 구단 측은 4년 계약에 2000만달러,칼은 5년 계약에 5000만달러를 제안했으나 300일이 지나도록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칼의 에이전트는 협상 장소를 자신의 농장으로 옮겼다. 딱딱한 사무실에서 부드러운 농장으로 장소가 바뀌자 서로의 속내를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칼은 지역사회 봉사단체에 기여할 수 있는 기금과 안정적인 수입을 원했고,구단 측은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양측은 곧 '5년에 3250만달러,일정 금액 은퇴 후 지급,상품판매 수익금 자선재단 기부' 등의 조건에 합의했다.

국제변호사 김병국씨가 《이야기 협상》에서 소개한 사례다. 전작 《비즈니스 협상론》 등으로 유명한 김씨는 이 책에서 수많은 협상 이야기를 들려주며 항목별 테스트까지 할 수 있는 실전 지침을 제시한다. 국내 경력직원의 연봉 협상 사례도 눈길을 끈다. 외국계 기업에서 5년간 성공적으로 마케팅 업무를 해온 임씨의 연봉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그는 경쟁사인 국내 기업에 연봉 4000만원을 요구했지만 3500만원 이상은 곤란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데 인사 담당자와 의논 끝에 연봉 3500만원에 학비 800만원 지원이라는 새 조건에 합의했다. 책 속의 협상 준비 테스트와 과정 테스트 등 실전 문제도 유익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