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음 달 8~16일 해운대 야외 상영장을 비롯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에서 열린다. 역대 최대 규모인 총예산 99억5000만원을 투입한 이번 축제에는 70개국 355편이 초청됐다. 개막작은 장동건이 4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굿모닝 프레지던트',폐막작은 대만 출신의 첸 쿠오푸와 가오 췬수 감독이 공동 연출한 '바람의 소리'가 각각 선정됐다.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베티블루'의 장자크 베넥스 감독을 비롯 다국적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 이병헌과 공동 주연한 할리우드 배우 조시 하트넷,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문 블러드 굿,'쉘 위 댄스'로 유명한 일본 배우 야쿠쇼 고지,'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 등이 참석한다.

최근 위암으로 숨진 장진영의 회고전과 '오발탄'의 고(故) 유현목 감독 추모전,'천장지구' 등을 만든 홍콩 무협영화 최고봉 조니 토 감독의 작품전 등도 곁들여진다.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들은 다음과 같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감독의 코미디.임기 말의 대통령 김정호(이순재),젊고 잘 생긴 싱글남 대통령 차지욱(장동건),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 등 세 인물을 통해 정치의 이면과 청와대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바람의 소리
태평양전쟁 당시 중국이 배경.일본이 허수아비로 내세운 중국 지도자들이 잇달아 암살되자 일본은 첩자를 잡아내기 위해 5명의 내부 요원을 외딴 곳에 감금해 심문한다. 일본 정보부 장교와 다섯 요원이 폐쇄공간에서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이 볼거리.

◆카메룬의 사랑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감독 다니엘 캄와의 신작.카메룬의 젊은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강렬한 색채와 이국적인 풍경 속에 펼쳐진다. 낯선 토속성과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열기가 훅 느껴지는 유쾌한 영화.

◆탈옥왕
제목 그대로 탈옥에 관한 한 전설적인 죄수가 있다. 문제는 그가 탈옥 직후 늘 잡힌다는 것.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마지막 반전이 뛰어난 작품.

◆애프터 러브
올해 이탈리아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화제작.누구나 과거의 애인으로 추락했다가 다시 새 출발하게 되는 연애의 진리를 여섯 커플을 통해 눈물 나도록 재미있게 보여준다. 유서 깊은 이탈리아 코미디의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파우스토 브리치 감독의 세 번째 장편.

◆해피 에버 애프터즈
두 커플이 같은 시간에 동일한 피로연장을 예약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아일랜드 슬랩스틱코미디(몸으로 하는 코미디).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호연으로 인생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면서 이 장르의 확실한 진화를 증명한다. '해피 고 럭키'로 긍정의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렸던 샐리 호킨스가 주연했다.

◆레바논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영화.레바논 전쟁을 배경으로 탱크 속에서 전쟁을 치르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가히 혁신적이다. 거의 모든 장면이 탱크 속이나 탱크 속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상황들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바닷가 천사
올 카를로비바리영화제 대상 수상작.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사랑을 감성적으로 펼쳐놓는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가슴 속에 메아리친다. 아버지 역은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아들'등에서 호연한 올리비에 구르메가 맡았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감독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담아냈다. 역사와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얼굴들은 형언하기 힘든 슬픔을 자아낸다.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이 팔레스타인 영화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린 '신의 간섭'(2002년)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정치 영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