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황사 주의보 내릴 단계 아니다"

'9월 황사'가 44년 만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이번 황사의 강도와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황사는 주로 봄철에 자주 발생하지만 가을철(9~10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1965년 9월6일 이후 처음이어서 기상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에도 황사는 전남 목포와 제주도에서 관측됐을 뿐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나타나는 것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 44년만의 9월 황사 파급력은 =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몽골지방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내려와 이날 밤 서해 5도와 북한지방에 영향을 미치겠으며, 22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서풍의 강도와 기류에 따라 황사 농도가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황사의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입수한 관측 자료와 위성사진을 보면 황사의 강도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황사가 중부지방에는 약하게나마 영향을 주겠지만, 오늘 내리는 비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까지 확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황사 관측망 자료로는 황사 강도가 세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관측망에 잡히지 않는 상층에 많은 황사 먼지가 포함됐을 개연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통상 대기 질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미세먼지 기준이 ㎥당 100㎍인데, 기상청은 이번 황사의 농도가 100㎍에서 200㎍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사강도는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기준으로 옅은 황사, 짙은 황사, 매우 짙은 황사 등 3가지로 분류된다.

구분 기준은 옅은 황사 400㎍ 미만, 짙은 황사 400∼800㎍, 매우 짙은 황사 800㎍ 이상이다.

따라서 1시간 평균 미세먼지농도가 40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내려지는 황사주의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황사는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어린이와 노약자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며 반도체 등과 같은 초정밀공업과 항공기 운행에 악영향을 끼친다.

반면 황토먼지에는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적절한 황사는 농작물 생육에 도움이 되며, 적조 발생을 억제하는 등 어류 생육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끼친다.

◇ 원인과 전망 = 가을에 때아닌 황사가 발생한 것은 지구온난화의 간접적인 영향 탓에 황사 발원지역인 내몽골 지역의 사막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여름에 비가 오면서 내몽골 지역에 황사 발생을 억제하는 초목이 자라지만 올해는 기후변화로 초목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몽골과 네이멍구 지방의 올 8월 평균기온은 평년(17~27도)보다 3도가량 높았던 데다 강수량도 평년(25~50mm)의 절반 수준밖에 안 돼 예년보다 더 건조해졌다.

여기에 시베리아 고기압과 동해안에 발달한 고기압 사이에 강한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생긴 남동풍을 타고 먼지가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한반도는 9월과 10월까지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데다 한반도 주변의 기압골 배치상 서풍이나 남서풍이 자주 불어 황사 영향이 거의 없지만, 11월이 되면 북동풍이 우세해지면서 황사 영향을 자주 받게 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앞으로 몽골 부근으로 강한 저기압이 발달해 통과하면 황사가 발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후학적으로 봤을 때 올해만 보고 가을 황사가 계속 진행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