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영상미와 신선한 소재로 광팬들이 생겨난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토 · 일 오후 8시)의 조기 종영 방침에 반발해 모금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방송사의 조기 종영 방침에 항의 메일과 서한 등을 보낸 사례는 많았지만 모금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처음.인터넷에서 이 운동을 주도하는 카페장 김효진씨는 "첫 모금액 500만원으로 최근 한 일간지에 부당성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했다"며 "잃어버린 4부작에 대한 판권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거둬 시청자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탐나는도다'는 소위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린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탐나는도다'가 시청률 6.3%에 그친 사이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은 43.3%를 기록했다. MBC는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20부작으로 기획된 이 드라마를 16부작으로 종영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제작사 그룹에이트 측이 작품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제작으로 17부작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제작사 측은 "이번 주말부터 방송될 예정이던 13부부터 20부까지 분량을 16부로 줄이기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진행 중"이라며 "작품이 가급적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언급했다. 이는 거대 방송사에 대해 '고양이 앞 쥐' 신세인 제작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제작사 측은 이번 결정으로 최소 10억원 이상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부작 제작비는 회당 3억원으로 60억원이지만 MBC 측은 방송권과 IPTV권을 받는 대가로 회당 4000만원씩 8억원을 주기로 계약했다. 나머지 제작비는 제작사 측이 저작권을 바탕으로 수출로 보전하는 수익 모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MBC 측은 4회분 1억6000만원을 덜 내게 됐고 제작사 측은 조기 종영에 따른 편집과 재촬영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지금까지 일본 태국 중국 등에 20억원 정도 선수출됐지만 추가 수출에도 악영향을 받게 됐다. 작품성이 훼손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상생 모델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한류'의 주역인 드라마 제작사들은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탐나는도다'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 조선시대 제주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독특한 이야기를 수려한 영상미로 그려내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방송가에 활력을 주는,역대 드라마 톱10에 포함된다고 팬들은 평가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업체 한 관계자는 "공영 방송사를 자처하는 MBC가 양질의 작품을 시청률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