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를 내고 나서 작가와 독자의 위치가 바뀐 듯한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오히려 독자가 엄마에 대해서 할 말이 많고,제가 듣기만 해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제 의도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분들도 많아 제가 얼떨떨할 때도 있었고요. 제게는 오히려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아는 계기가 되었지요. "

소설가 신경숙씨(46)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부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출간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이 소설은 월 평균 10만부가 팔리며 그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 대열을 지켜왔다.

'엄마 신드롬'을 불러왔다고 평가받는 《엄마를 부탁해》는 최단기간 내에 100만부를 넘어선 순수문학 소설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동안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공지영씨의 《봉순이 언니》.김훈씨의 《칼의 노래》 등이 1990년대 이후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지만,100만부를 넘어서기까지 1년이 채 안 걸린 것은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신씨는 14일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이 사람들의 진정성에 가 닿았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자리에서 일단 울기 시작하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신씨는 "지금까지 작가생활 중 이 책 때문에 가장 많은 선물을 받기도 했다"면서 "엄마가 돌아가신 독자는 엄마의 일기장을 주며 그 이야기를 나중에 써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독자들의 폭발적 반응은 제 소설 때문이라기보다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책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엄마를 부탁해》는 읽었다. 틀린 맞춤법으로 편지를 써서 보낸 독자들도 있었고,그동안 책을 읽지 않다가 이 소설을 붙들게 되었다는 독자들도 있었다고 했다.

신씨는 "엄마 생일을 꼭 챙겨야겠다는 분,엄마와 화해하게 됐다는 분,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분 등 다양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작가로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 소설은 텍스트일 뿐"이라며 "이 책을 통해 가족적인 의미든 사회적 의미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엄마를 부탁해》는 모성에 기대라는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니라 오히려 엄마의 부담을 나눠가질 방법을 모색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린 이유는 무엇일까. "눈물은 슬플 때만 흘리는 것은 아니에요. 마음이 치유되거나 정화되는 순간에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요. 엄마의 현실에 공감하는 순간 독자들이 그런 경험을 한 게 아닌가 싶네요.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