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봤지,형식(이민기 분)이 이별의 징표로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희미(강예원 분)에게 줬는데 바다로 떨어질 때 그 시계가 그대로 있더라.옥의 티야." "실제 스키점프 선수들은 영화 '국가대표'에 나오는 것보다 더 고생한대…." 요즘 각종 모임마다 영화를 화제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옥의 티'를 찾아 공격하기보단 그걸 그냥 즐기는 마니아층까지 생겼다.

한국영화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쌍끌이 관객몰이에 나서면서부터다. 7월22일 개봉된 해운대는 1120만명,일주일 뒤 영화관에 올려진 국가대표는 72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해운대를 본 셈.두 영화는 각각 역대 흥행랭킹 4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1위는 1300만명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 배급한 '해운대'는 한국최초의 재난영화로 컴퓨터 그래픽(CG)이 만든 쓰나미 장면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국가대표'는 찌질한 인생들이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머와 눈물을 섞어 감동을 줬다.

영화인들과 팬들이 신기록 돌파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해운대'의 흥행을 덮친 쓰나미가 나타났다. 인터넷에 불법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경찰은 국내에서만 하루에 수십만 건이 불법 다운로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운대는 50여일 동안 하루 평균 22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불법다운로드가 자행됨으로써 수십만 잠재고객을 고스란히 잃고 있는 셈이다. CJ 측은 세계 24개국에 수출됐는데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문가지라고 통분하고 있다.

이번 불법복제사건은 어찌보면 예고된 재앙이다. 2004년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살인의 추억'은 10만장의 DVD 등을 팔아 10억여원의 수익을 챙기면서 부가시장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웬걸.2년 후 나온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는 DVD 등 부가판권 수입을 채 2억원도 올리지 못했다. 불법 업로드 및 다운로드가 성행하면서 부가서비스시장이 붕괴된 탓이다. 저작권이 눈앞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에서 콘텐츠산업을 말할 순 없다.

'해운대'의 흥행과 인터넷 불법유출사건은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사에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해운대'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 스튜디오를 지향하는 CJ가 한국영화의 잠재력을 보고 그룹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한 끝에 나온 옥동자다. 영화산업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산업특성상 적자를 감수하는 맷집이 필요하다. 맷집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온다. 고만고만한 업체가 아니라 대형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20세기폭스,디즈니 등 할리우드 6대 메이저가 세계 콘텐츠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게 지향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금명간 2~3개 종합편성채널을 인가하고,2012년엔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얼마 전 "많은 매체가 생겨날 것이고 준비하지 않으면 여든살 된 미키마우스 같은 해외 콘텐츠를 사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문화콘텐츠 시장은 안방을 내줄 것인가. 아니면 안방도 지키고 해외로 진출할 것이냐는 기로에 서있다. 답은 나와 있다.

남궁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