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년)의 작품이 미술시장의 '주도주'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미술시장을 이끌었던 '국민화가'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들이 위작 논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갤러리 현대는 수화 서거 35주년을 맞아 기획한 '김환기 1950~1958'전(두가헌 갤러리)에 무려 20여점을 내놓는가 하면 미술품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15일)과 K옥션(16일)도 가을 경매에 각각 4점씩 모두 8점의 수화 작품을 경매에 부친다.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 출품된 김 화백의 작품이 통틀어 6점(낙찰 2점)인 점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것이다.

경기 회복으로 미술시장이 '바닥'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김환기 작품이 새 '대장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어떤 작품 나왔나=서울 사간동 두가헌 갤러리에서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김환기 1950~1959'전에는 현대적 감각이 깃든 구상과 추상화 작품 20여점이 걸렸다. 특히 '매화와 달과 백자''항아리를 든 여인' 등 10여점은 그동안 전시된 적이 없는 미공개작으로 1960년대 '한국적 추상'을 완성하기 이전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김 화백의 작품을 가을 경매 '간판'상품으로 출품했다. 추정가를 시중 가격보다 낮게 책정해 '큰 손' 컬렉터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서울옥션이 15일 실시하는 제2회 가을 경매에는 조선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낸 '항아리'(추정가 10억원)를 비롯해 십자 구도로 화면을 응집력 있게 구성한 '24-Ⅵ-69#80(추정가 2억3000만~2억7000만원)',점화 '22-Ⅱ-68Ⅰ(추정가 4000만~5000만원)',달 시리즈인 '달 둘'(추정가 2억~3억원) 등이 나온다. K옥션 역시 김환기의 '새와 달'을 추정가 7억~9억원에 경매한다. 이 작품은 1956년 파리에서 그린 것으로 같은 해 10월 파리에서 열린 개인전에 출품됐으나 국내에서는 전시되거나 발간된 도록에 실린 적이 없는 작품이라는 게 K옥션 측 설명이다. 이 밖에 '무제'(추정가 2000만~3000만원),'23-X-69 #128'(추정가 4억5000만~6억원),종이에 유화 작품 '무제'(1억4000만~1억8000만원)도 경매에 부쳐진다.

◆작품 가격=김 화백은 생전에 유화(500여점),과슈(수채화 · 1000여점)를 포함해 2000여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품은 한정돼 있는 데 찾는 사람이 많아 작품 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 인사동 등 화랑가에서 호당(18?C14㎝) 가격은 4000만~5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다만 구상 회화로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은 크기와 작품성에 따라 점당 10억원을 웃돈다. 1950년대에 그린 유화 작품 '꽃과 항아리'는 2007년 서울옥션 제106회 경매에서 30억5000만원에 팔려 자신의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판화는 에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점당 200만~300만원 선이다.

지난해 미술품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에 나온 작품은 모두 34점.이 가운데 22점이 팔려 낙찰률 65%를 기록했다. 2005년 낙찰률이 50%대에 머물다가 2006년엔 79%로 뛰었으나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 때문에 다시 60%대로 낮아졌다. 작년 경매낙찰 총액은 45억8630만원으로 유화(10점)의 경우 점당 평균 낙찰가는 4억3300만원,과슈(5점)는 점당 2620만원을 기록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술시장은 지금 새로운 주도주 찾기에 분주하다"며 "수화의 작품이 최근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