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불확실성 시대에도 신의 본질에는 어떤 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썼죠."

소설 《오두막》(세계사)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이 한국 독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왔습니다. 가난한 영업사원이던 그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쓴 이 소설은 연쇄살인범 손에 딸을 잃은 남자가 딸이 살해당한 오두막에서 신과 조우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인쇄한 15부의 원고를 돌려읽은 사람들이 출간을 권유했지만 책을 펴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결국 자비로 냈다지요. 그런 '천덕꾸러기 원고'가 입소문과 홈페이지 광고만으로 미국에서 700만부 이상 팔렸습니다. 세계 46개 언어로 번역됐고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출간 이후 10만명 이상의 독자를 울렸지요.

그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성공에 대해 "종교가 아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나이와 인종,문화,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이 삶에서 어떤 거대한 슬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도 딸을 잃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여러 상처를 입고 또 치유했다고 합니다. "엄했던 선교사 아버지와는 관계가 좋지 않았고,어린 시절을 보낸 뉴기니에서는 원주민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결혼 후에 간통을 저지르기도 했다"는 그는 "11년에 걸쳐 상처를 치유했는데 스스로 치유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아픔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만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신의 관계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

그는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바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문화적 전통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감정표현이 약해 인간관계나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방해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두막》의 주인공처럼 많은 사람들이 '믿음이 분해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는 방법을 깨닫게' 되기를 빕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