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54년 만에 선거를 통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이 파격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일본의 정권 교체로 아시아의 정치,경제 등 여러 면에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매주 한 권 이상의 일본 관련서가 출간되지만 수박겉핥기 식도 많다. 이춘규씨(서울신문 경제담당 부국장)의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은 21년 동안 취재 현장을 누벼온 기자가 발품을 팔고,가슴으로 쓴 일본 탐구서다.

책은 4장으로 구성돼 있으나 첫 번째 장인 '산에 오르며 일본을 읽다'가 특히 눈길을 끈다. 산을 통해 일본인들의 내면세계를 깊이 다뤘다. 저자는 일본 '하쿠 메이산(100 명산)' 중 33곳의 정상에 올랐다. 사실 일본인 중에서도 하쿠 메이산 가운데 10개 이상을 오른 사람은 드물다. 저자는 서문에 쓴 것처럼 30대에 뒤늦게 기자가 되었고,정치부에서만 10년 정도 근무했지만 스스로를 경제에 관심 있는 '경제통'이라고 주장한다. 도쿄 특파원 시절에도 '정치'보다는 '경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취재했다.

그는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자다. 누구보다 많은 현장을 찾았고,사람들을 수없이 만났으며,엄청난 양의 책을 뒤졌다. 이 책은 20년 이상 현장을 지킨 뚝심 있는 기자의 결과물로 손색이 없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