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에서 강제 징용됐다 살아 돌아온 후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보내야 했던 한국인 고(故) 김백식씨.현금 4만엔과 '조선족'이라고 적힌 외국인 등록증만을 남긴 채 병원에서 죽어간 그의 사연은 아사히신문(2004년 3월28일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태평양전쟁 강제 징용이라는 역사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뮤지컬단과 일본 도쿄의 극단 긴가도가 공동 제작한 '침묵의 소리'가 그것이다. 1941년 일본과 연합국 사이에서 일어난 태평양전쟁에 강제로 징용됐던 한국 청년과 일본인 여성의 사랑과 상처가 스토리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노인이 된 청년의 피폐해진 감정이 용서의 감정으로 승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노인을 보살피는 일본인 테라피스트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나온다.

'침묵의 소리'는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함께 공연하는 한 · 일 공동 제작 프로젝트로 서로의 공연 문화를 이해하고 장점만을 작품에 흡수시킨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또 '예술치료(아트 테라피)'라는 심리치료의 한 분야를 공연에 도입해 치유적 상황과 감성이 드러나게 했다.

연출을 맡은 유희성 서울시뮤지컬 단장은 "음악치료,미술치료,연극치료 등이 있듯이 이번 뮤지컬을 통해 관객들도 일시적인 치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시마사 시나가와 일본 연출가(극단 긴가도 대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민족 간의 갈등을 다뤄 아시아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를 만하다"며 "한국인 청년 동진과 일본 여성 미와가 죽어서 사랑을 이루는 것은 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4~20일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10월11~28일 일본 4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갖는다. (02)399-1772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