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던 미술문화 지원 활동이 최근 영창악기 · 이브자리 · 곤지암리조트 · 동일방직 · 한화63시티 등 중소 · 중견 기업들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자체 전시 공간인 '아트 사랑방'을 갖추고 가획전을 여는가 하면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유망한 화가를 발굴하는 공모 행사 등도 줄을 잇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다채로운 가을맞이 미술 기획전이다. 자체 홍보효과를 높이고 직원과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미술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의 창조성과 혁신을 브랜드 가치에 연계시키고,고객과 직원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은 국내외 유망 화가들이 피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모은 이색 전시회 '울트라 스킨'전을 지난 20일부터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고 있다. 또 한미약품은 '요술이미지'전을,애경그룹은 캐나다 비디오 영상작가 스탠 더글라스 개인전을,롯데백화점은 세계적인 유리공예 작가 데일 치훌리 작품전을 열고 있다. 또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신세계갤러리는 공간과 정물을 주제로 박선기 · 이윤진 · 홍승혜 · 황혜선의 작품을 모은 '스페이스 스틸-라이프(Space Still-life)'전을 마련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전시 공간인 '아트 사랑방'도 사옥 로비는 물론 피서지,백화점,호텔,매장,공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는 올해 초 '갤러리 다르'를 개관해 휴양객들의 미술 감상을 지원했고,안국약품은 지난해 3월 사옥 로비에 '갤러리AG'를 열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마련한 '아트 사랑방'은 침대전문 업체 이브자리의 '이브갤러리' 등 30여 곳에 달한다.

기업들이 화가들에게 작업 공간(창작 스튜디오)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미술상 제정을 통해 작가를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도 늘고 있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대신 기업은 이미지를 개선하고,신제품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등에 관한 자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지난달부터 유망 작가들이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두산레지던스 뉴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애경그룹(몽인 아트스페이스),의류업체 쌈지(쌈지스튜디오),대유문화재단(경안창작스튜디오) 등도 유망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코리아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통해 장영혜 · 김범 · 박이소 · 서도호 · 박찬경 · 구정아 · 임민욱 · 김성환씨 등 젊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했다. 한진해운은 국내 최고 상금인 1억원을 내걸고 양현미술상을 제정,국제적인 수준의 작가를 오는 10월 선정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미술 지원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미술품이 상품 광고와 디자인,디스플레이 등의 콘텐츠로 활용됨에 따라 총체적인 아트디렉팅이 필요한 데다 상품도 문화의 옷을 입은 작품 형태로 변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1659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5%나 줄었는 데도 미술 분야 지원액(305억원)은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