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20억원 모금해 남산 4개 중정 건물도 보존

시민들이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을 사들여 보존ㆍ복원하는 '역사신탁'(歷史信託. History Trust) 운동이 28일 국내 최초로 출범했다.

시민단체인 '역사를 여는 사람들 기억(ㄱ)'은 이날 서울 예장동 문학의집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어 내년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을 맞아 공터로만 남은 조선통감 관저를 복원하는 '남산 역사신탁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역사신탁은 국민 모금이나 기부 등을 통해 훼손 위기에 놓인 중요한 건축물이나 대지를 매입해 보존ㆍ복원하는 것으로, 자연과 문화자산 보호를 기치로 활동하는 영국 등의 `내셔널 트러스트'(The National Trust)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다.

이 단체는 한국ㆍ일본의 학자, 건축가로 복원 위원회를 구성해 한일합방 조약 공포 100주년인 내년 8월29일 실제 조약이 맺어진 장소인 조선통감 관저를 해당 부지에 다시 세울 방침이다.

또 2011년까지 국내외에서 기금 20억원을 모아 유스호스텔과 시청 별관, 소방재난본부 등으로 쓰이는 남산의 옛 중앙정보부 4개 건물을 근현대사 유적으로 보존하고 이 중 한 곳에 역사 교육장 겸 전시 공간인 '아시아 인권과 평화 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이 운동은 서울시가 지난 3월 남산의 중정 건물들을 철거하고 녹지를 만드는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자 각계 인사들이 '어두운 과거를 상징하는 건물들도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진보 인사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같은 보수 원로가 함께 참여한다.

한 교수는 "중정 건물을 보존하는 방안을 두고 다음주 서울시에 면담을 요청할 방침"이라며 "각계 원로의 촉구와 시민 서명 등을 벌여 역사 보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