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번에도 CCTV(폐쇄회로TV)가 범인을 잡았다.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에 이어 고(故)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사건에서도 CCTV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면서 다시 한번 범죄 해결사로서의 위력을 발휘했다.

최씨 유골 절도 장면은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묘원 내 최씨 묘역 부근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고스란히 녹화됐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양평경찰서는 도난사건이 신고된 지 5일이 지나도록 비공개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지난 20일 도난현장을 담은 CCTV 녹화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건장한 체격의 용의자가 지난 4일 오후 9시55분 최씨 납골묘 뒷면을 손망치로 깨고 유골함을 훔친 뒤 물걸레로 문지르고 5일 오전 3시41분께 사라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CCTV 영상 1차 공개 후에도 신뢰할 만한 제보를 얻지 못한 경찰은 나흘 뒤 24일 용의자가 묘역을 사전 답사하는 장면을 추가 공개했다.

범행 사흘 전인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2일 오전 6시까지 10시간 정도 납골묘 주변을 맴돈 장면 중 5분30초 분량이었다.

연한 회색계열 조끼와 군복풍 얼룩무늬 바지를 입은 용의자가 묘역 주변을 드나들며 '수상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었다.

화질이 1차 공개 때보다 선명해 용의자 주변 인물이라면 화면 속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경찰은 당시 CCTV 화면을 토대로 석재 전문가, 장묘업체 우범자, 동종수법 전과자, 사건 당시 주변 도로 통과 차량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으나 도난 신고 열흘이 지나도록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은 예상 이동경로의 이동전화 기지국에서 범행 당일을 중심으로 중복 사용된 휴대전화 번호를 발췌해 용의자를 추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경찰 주변에서 수사 장기화 우려가 제기될 무렵인 25일 언론에 공개된 CCTV 녹화영상에 등장하는 범인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가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41)씨임을 직감하고 경찰에 제보했고 박씨는 급파된 경찰에 대구에서 검거됐다.

CCTV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씨가 추정 도주로 CCTV 추적을 피해 포터트럭을 몰고 양평∼홍천∼속초∼울진∼대구로 우회 이동했지만 양평 검문소와 홍천 도로 CCTV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박씨가 범행 당일 양평에서 8차례 휴대전화 사용기록이 확인되면서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휴대전화 통화기록 수사도 그 진가를 다시 입증했다.

지난 1월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은 CCTV 수사의 종합판이었다.

일등공신은 안산시 건건동 도로변에 범행 한달 전 설치된 차량번호자동인식(AVI) 기능의 고성능 CCTV였다.

당시 CCTV는 군포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여대생을 태워 안산으로 가던 강의 에쿠스 승용차 번호판을 선명하게 촬영해 저장하고 있었다.

여대생 실종 지점인 군포보건소에 설치된 CCTV와 안산시 팔곡동 강호순의 집 주변 CCTV도 여대생 최종 위치와 시간, 강호순의 행적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현금인출기 앞에 설치된 CCTV는 범행을 부인하던 강호순을 무장해제시킨 '마무리 투수' 역할을 했다.

각종 강.절도, 뺑소니 현장에서 CCTV는 결정적인 범행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CCTV 방향을 돌려놓고 양식장 활어를 훔치던 절도범들이 CCTV 영상을 실시간 감시하던 해경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해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도 CCTV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며 "늘어나는 치안수요에 비해 경찰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CCTV는 앞으로도 범죄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