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떠나지 않고,도중에는 깨닫지 못하고,결국에는 빠져 죽는다(初而不去 中而不覺 終而溺焉).'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강유선(康惟善 · 1520~1549)이 남긴 《주천유고(舟川遺稿)》에 나오는 '주봉설(酒蜂說)'의 한 구절이다. 선생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열린 술 단지에 벌이 한 마리 날아와 술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빠져 죽겠다 싶어 선생이 손을 휘저어 날려 보냈으나 벌은 얼마 못 가서 금방 다시 돌아왔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하다가 벌은 마침내 술 단지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를 본 선생은 탄식하며 말했다.

"나 또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니,이 벌을 거울 삼아야겠다. 그러나 사람이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다가 그 본연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침내 그 목숨을 버리게까지 만드는 것이 어찌 비단 술 하나에 그치겠는가. "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그러나 스스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는 어렵다. 그래서 흔히 욕심 많은 인간을 자신의 몸이 타 버리는 줄도 모르고 화려한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에 비유하기도 한다. 경계할 일이다.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 참조.



번역 · 해설=권경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