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판치고 제주어 오염 심해"

제주에서 촬영되고 있는 SBS의 TV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가 방영돼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드라마 내용 등이 제주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SBS의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가 지난주 같은 시간대의 공중파 최고시청률(17.3%0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촬영세트장에는 하루 3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또 드라마를 통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 등이 자연스럽게 소개돼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관광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출연자들이 제주에서 쓰지 않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제주어(語)를 쏟아내는가 하면 도내 관광업계에 조직폭력배가 득실거리는 것으로 묘사돼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이모(52) 씨는 "출연자들에게 제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라고 주문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일부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뒤섞은 말을 제주어처럼 구사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제주대 국어연구소 김순자 연구원은 "'태양을 삼켜라'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수 많은 드라마들이 제주어를 오염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제작진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얻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출연자들이 제주어를 제대로 구사하기가 힘들다면 아예 표준어를 써 언어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광업계 주변에서는 조직폭력배의 지원 아래 카지노 관광사업자들이 암투를 벌이는 드라마의 전개 상황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카지노업체 관계자는 "이 드라마에서 최근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내국인카지노 등 일부 상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묘사해 시청자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방송사 측이 드라마 방영을 전후해 시나리오가 픽션이라는 점을 자막으로 반드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