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서점가에 DJ 책 특수가 일고 있다.

18일 오후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시내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저서와 잠언집 등을 구하느라 분주했다.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에는 《김대중 잠언집-배움》(최성 편저,다산책방)과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김대중 지음,김영사),《김대중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김욱 지음,인물과사상사) 등을 찾는 독자들이 몰려들었다.

교보문고는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이날 저녁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서 특설 코너'를 설치하고 관련 도서들을 한데 모아 전시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도 저서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합니다'라는 문구를 넣고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했다.

달변에 달필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다양한 책을 썼다. 단독 저자로 나선 책은 물론이고 생전 연설문이나 잠언,기고문 등을 엮어 공저자로 오른 책까지 합하면 수십 권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책은 《대중경제론》이다. 1980년대 초 미국 망명 기간에 쓴 경제서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요지는 경제의 실질적 주체인 대중이 참여하는 경제야말로 참다운 시장경제라는 것.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출판부에서 영문판으로 출간된 후 1986년 우리말로도 나왔다. 집권 후 국내에서 《대중참여경제론》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작은 《김대중 옥중서신》이다.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전 지시했다는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고를 치를 당시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에게 보낸 편지 모음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정의에 관한 신념을 담은 이 책은 1984년 출간돼 학생과 재야 운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자서전 성격의 책도 여러 권이다. 특히 14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고 정계에서 은퇴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생활을 하며 쓴 자서전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는 자연인으로서의 진솔한 고백을 담은 자전에세이다. 갖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뜻을 담았다.

《나의 삶 나의 길》도 어린 시절부터 험난했던 인생 역정을 담은 글 23편을 실은 자전 에세이다. 《내가 사랑한 여성》은 어머니와 부인,며느리에 대한 이야기,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최성 전 국회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철학에 대해 쓴 《김대중 잠언집-배움》과 이희호 여사가 투옥 중인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김대중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도 인기 목록에 올라 있다.

또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김 전 대통령의 주요 연설이나 대담 내용을 모은 《21세기와 한민족》에는 달변가였던 김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대담문이 담겼다. 김 전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자서전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자서전 구술작업에 참여한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김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려면 정치보복만큼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법정에서 한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이 광주 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신군부세력으로부터 '대통령만 빼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지만 "국민을 속일 수 없다"며 사형을 택했던 일화도 담겨 있다. 자서전은 상하 2권으로 현재 퇴고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