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이 러시다. 스타덤에 오른 가수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뮤지컬 제작자들의 기획 의도와 가창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검증받고자 하는 가수들의 욕망이 만난 결과다. 때로는 인기만 믿고 겁없이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작품을 망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최성희(바다)와 옥주현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다른 가수들의 '역할 모델'이 될 만큼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

두 사람은 1990년대 아이돌 그룹 S.E.S와 핑클 시절에도 라이벌 관계였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에 데뷔,공교롭게도 두 장르에서 경쟁하고 있다. 최성희와 옥주현은 각각 올 여름 뮤지컬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주인공 역을 맡고 있다. 타고난 가창력에 연기력까지 뛰어나 뮤지컬계에서는 둘 다 '블루칩'으로 통한다.

최성희는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집시 '에스메랄다'를 1년6개월 만에 다시 맡았고,옥주현은 지난달 '시카고'에 이어 현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주인공 '페기 소여'역으로 연기 변신을 해 호평을 받고 있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두 배우가 엄청난 노력파라는 건 같이 공연해본 사람은 다 안다"며 "이제 관객들도 그들의 유명세 때문에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실력을 믿고 온다"고 입을 모은다.

◆7옥타브 넘나드는 최성희의 목소리

2003년 '페퍼민트'로 데뷔한 최성희는 처음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2006년 '텔 미 온어 선데이'를 기점으로 연기혼을 빛내기 시작했다.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각종 상을 석권했다. 지난 겨울 무비컬 '미녀는 괴로워'에서 다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성희는 7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을 갖고 있다. 그가 복귀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서울 공연은 각종 예매사이트에서 8월 첫주 1위에 올랐다. 그는 때로는 발랄한 춤과 여성미로 사랑에 빠진 떠돌이 집시 '에스메랄다'역을 연기하는가 하면 슬픔에 빠져 애절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고음 처리에서 어떤 캐스트보다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해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국내 뮤지컬계에 프랑스 붐을 일으킨 작품으로 8월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콰지모도 역의 윤형렬을 비롯해 서범석 서태화 박은태 오진영 등이 출연.

◆물오른 연기력 과시하는 옥주현

2005년 '아이다'의 주연을 맡아 뮤지컬에 뛰어든 옥주현은 그해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받으며 연착륙했다. 이후 '시카고'의 '록시 하트','캣츠'의 '그리자벨라' 등 비중있는 연기를 통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달 막을 내린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을 맡은 그를 보며 관객들은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브로드웨이 원작팀들도 그의 연기에 대해 찬사를 쏟아낸 바 있다.

현재 옥주현은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화려한 탭댄스와 가창력을 자랑하고 있다. 시골에서 막 올라온 순진한 아가씨 페기 소여가 하루 아침에 뮤지컬의 스타로 거듭나는 신데렐라 스토리.서서히 막이 오르면서 바닥을 구르는 경쾌한 탭이 극장에 울려퍼지고,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한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탭 댄스와 극중극 형태의 '프리티 레이디'에서의 여주인공 쇼를 해내는 그의 눈빛은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 작품인 뮤지컬 '시카고'의 섹시하고 능청스럽던 록시 역은 간 데 없고 수줍은 시골처녀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연말연시에 자주 공연된 작품이지만 현재 매회 객석점유율 90%를 넘기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상원 박해미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8월30일까지 LG아트센터.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