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애호가들이 화가 지원하는 아트엔젤 등장
팩 제작·마케팅 지원 후 수익 나누는 '북튜브'도
될성부른 작가 지원… 문화계도 '엔젤투자'

"작품성은 매우 좋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가를 찾아 돕고 싶습니다. 유망 작가에 투자해 문화예술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수익도 남길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죠."(아트 엔젤투자자 김미정씨 · 30)

"제 삶의 열정 가운데 10%는 유망한 젊은 작가의 미래를 사는 데 쓰고 싶어요. 제가 앞으로 꾸려 갈 출판 사업에도 보탬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펀드 투자자 이상용씨 · 41)

문화가 '소비'로 읽히는 시대다. 최근 미술,출판,영화 등의 작품이 대안 투자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유망한 젊은 예술가와 작가들을 지원하는 '문화 엔젤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엔젤투자'란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것을 뜻하지만 '문화 엔젤투자'는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 제공이나 창작 · 마케팅 · 유통 지원 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창작에 몰두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작품을 기증받거나 미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술의 경우 의사 회사원 학생 주부 등 미술애호가 9명으로 구성된 가칭 노림작가 후원회가 유망 작가를 직접 지원하는 엔젤투자자로 나섰다. 이들은 매달 1인당 15만~30만원씩을 모아 강원도 원주의 20~30대 작가 9명에게 작업실 임대료를 지원한다.

후원하는 작가는 노림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는 강정호 김정헌 문재일 윤기원 이산뜻한 전준영 조은남 홍승표(이상 회화) 허수빈(영상설치)씨.후원은 1년 단위로 진행되며 작가들은 지원 금액의 1.5배에 상당하는 작품을 이들에게 기증하게 된다. 노림작가 후원회 측은 작품성과 화풍,화가로서의 자질,인지도,작품 포트폴리오 등의 철저한 분석을 거쳐 지원 작가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출판계에서는 개별 작가보다 출간 도서의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국 온 · 오프라인 서점 네트워크인 북새통(대표 김영범)은 최근 10억원 규모의 북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연간 50~100권의 단행본 출간을 지원하기로 했다. 작품성이 확보된 원고를 선정한 뒤 제작비와 유통 · 마케팅비 등을 선투자하고 1년 후에 정산하는 이른바 '북튜브'(북펀드+유통 일원화) 형식이다. 북새통이 직접 책을 제작하기도 하고,1인 출판사들과 협력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북튜브' 방식을 창안한 김영범 대표는 "경쟁력 있는 원고나 기획으로 출판 기회를 찾는 기획자와 출판사,작가, 번역자 등 콘텐츠 개발 주체와 제휴해서 다양한 출판을 추진한 후 사업 이윤을 나누는 윈윈 프로젝트가 바로 북튜브"라며 "기획자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북튜브가 자금 조달과 제작 · 마케팅 · 유통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소비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소액투자를 원하는 직장인 주부 등 엔젤투자자들의 관심은 미술계의 '옐로칩 화가'와 출판,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고 있다. 영화계의 '영상펀드'도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화 엔젤투자'에 대해 '경제위기 속에서 나온 작가와 투자자의 공생문화 현상''콘텐츠와 자본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불황의 늪에 빠진 문화시장에서 문화상품의 작품성과 투자 대상의 환금성을 함께 살리는 '윈윈 투자'의 묘방으로 등장한 것이 엔젤투자라는 얘기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인간은 누구나 삶의 에너지인 '문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꿈나무 작가나 예술가를 지원하고 출판문화 영역을 살찌우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아트 엔젤투자는 미술시장 다변화와 맞물려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험성이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 수익도 예상되는 작가를 발굴하려면 독창성을 눈여겨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갑/고두현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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