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간화선의 힘은 상식과 논리를 넘어서는 파격을 통한 깨침이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을 묻는 데 '뜰앞의 잣나무'니 '마른 똥막대기'니 '앞니에 털이 돋았다'느니 하는 것은 약과다. 고함(喝 · 할)을 빽 지르기도 하고,냅다 몽둥이로 두들겨 패기도 한다.

여기서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깊어지고 마침내 홀연 깨닫는 것이다. 이른바 선종의 '1700개 공안(公案 · 화두)'은 이렇게 해서 생겼다.

'조계종의 문사(文士)'로 통하는 원철 스님(조계종 총무원 재정국장)이 화두에 얽힌 생생한 이야기와 선(禪)의 정신을 현대적 용어와 감각으로 설명한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호미)를 펴냈다. '부처님은 선사다'라는 파격적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선어록과 화두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골라 77편의 쉽고 재미있는 글로 풀어냈다.

292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