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매니저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사기나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스쿨이 실제 매니지먼트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교육과정은 폐지하는 것이 좋다. "

제목(원제 Managers Not MBAs)부터 도발적인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경영학석사(MBA)를 배출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은 실제 경영 현장을 너무도 도외시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뽑아 잘못된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현장 경험이 없는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을 뽑아 분석과 테크닉 위주로 가르치는 까닭에 현장의 경험을 살려 스스로 배우고 통찰력을 발휘할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MBA의 세 가지 핵심 교육법 가운데 하나인 사례 연구는 상황과 조건이 완전히 다른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창의성 발휘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비즈니스 스쿨들이 비즈니스를 여러 가지 기능의 집합체로 보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하지만 매니지먼트의 본질은 분석을 넘어선 통합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미국 MBA 교육과정이 부적합한 사람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운영되고,또 이렇게 MBA가 된 사람들이 기업의 요직을 맡다보니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가령 1998년 '포천'지가 조사한 결과 상위 100개 업체 최고경영자(CEO) 중 42%가 MBA 취득자였다. 하지만 이듬해 '포천'이 큰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거론한 CEO 38명 중 13명이 MBA 취득자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려 270여쪽에 걸쳐 다양한 근거와 사례를 들어 현행 MBA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저자는 "경영의 적격자는 따로 있다"며 새로운 MBA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MBA 교육 대상을 현역 매니저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들이 경험이라는 최대의 무기를 살릴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개편돼야 하며 경험에 대한 성찰을 중심으로 강의,사례 연구 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저자가 목표로 삼는 것은 '관여형 매니저' 양성이다. 분석밖에 모르는 '계산형 매니저'나 책임보다는 지위만 앞세우는 '영웅형 매니저'가 아니다. 관여형 매니저는 구성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데이터뿐만 아니라 현장도 챙기며,"나는 생각하고 너는 행동한다"가 아니라 "다 함께 꿈꾸고 다 함께 행동한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