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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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하롱 꽃잎 지듯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정점을 지나면 떨어진다. 밤하늘의 별도 달도 아침이 오면 태양 빛 속으로 사라진다. 삶의 이치도 이와 같다. 영원히 머물 수 없을 바에야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가장 인기 없고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혀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퇴임 후 사회사업과 인권운동에 매진했다. 해비타트 운동을 시작해 직접 망치질을 하며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주고,평화의 전도사가 돼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을 누볐다. 그 결과 그는 노벨평화상을 받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도 헌신했다. 희귀병을 앓는 13세 소년 메티와의 '마지막 약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나님이 나를 미국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대통령을 잘 하라는 뜻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마친 다음 시키고 싶은 일이 있어 그리 하신 것으로 믿습니다"라는 말에서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한 그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인사를 앞두고 정·관계가 뒤숭숭하다. 이럴 때일수록 '낙화'를 가슴 깊이 새겨볼 일이다. 공자도 "등용되면 나아가 도를 행하고,써주지 않으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물러나 은거하라"고 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