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일정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몬트리올에서 기차를 탈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인구 100만명 남짓한 작은 도시이지만,수도란 이유만으로도 왠지 실속 없이 마음만 바빠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웰링턴가의 국회의사당을 향해 알렉산드라 대교를 건너면서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오타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거리 풍경이 전혀 수도답지(?) 않았던 것이다. 비교적 잘 개발된 전원마을 느낌이라고 할까? 신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예스러운 정부청사들이 시선을 빼앗기는 하지만 그리 위압적이지 않다. 오타와강의 잔잔한 물결과 그 주변의 녹음,그리고 뭉게구름 떠 있는 파란 하늘에서도 눈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림엽서 같은 강변 산책로

오타와의 얼굴은 국회의사당이다. 오타와강 반대편,캐나다문명박물관 쪽에서 보는 의사당 풍경이 오타와 제1경으로 꼽힌다. 강변 산책로의 사람들과 강물 위에 떠 있는 요트 그리고 강안의 높은 언덕에 자리한 의사당 풍경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국회의사당 왼편 페어몬트 샤토 로리에 호텔 사이로 난 물길에 자꾸 시선이 쏠린다. 리도운하가 시작되는 오타와강변 갑문이 있는 지점이다. 오타와에서 킹스턴까지 이어지는 202㎞의 리도운하에는 모두 24개 지점에 47개의 갑문이 설치돼 있다. 이곳 오타와 갑문은 모두 8개.오타와강과 리도강의 표고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갑문도 많다. 표고차에 의해 자연스레 흐르는 리도 강물을 채워 아래 위 갑실의 물높이가 같아지면 갑문을 열어 배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하나의 갑문을 통과하는 데 15분씩 걸린다고 하니 8개의 갑문을 모두 통과해 리도강으로 진입하는 데 2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리도운하의 갑문은 운하 조성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손으로 열고 닫는다는 데 역사적 가치가 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그 역사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도운하는 원래 군사목적으로 건설됐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1812년 전쟁 결과 보다 안전한 군수물자 수송로가 필요했다. 세인트로렌스강은 미국 쪽에서 날아오는 총알이나 대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찾은 게 오타와~리도~카타라키강과 온타리오호를 이어주는 수로였다. 운하공사는 1826년부터 시작했다. 공학자이며 군인인 존 바이 대령의 지휘아래 불과 6년 만에 완공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도발이 없어 한 번도 군사목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바이 대령은 공사비를 너무 많이 써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휴양을 즐기는 요트들의 전용 물길로 각광받고 있다. 겨울에는 얼어붙어 오타와 시내 구간 8㎞는 세계 최대의 스케이트장 역할을 한다. 갑문 옆에 바이타운박물관이 있다. 오타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물이다. 운하 건설 당시 창고와 은행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시장 풍경과 의사당 조명쇼

갑문 부근 바이워드 마켓은 캐나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재래시장이다. 120여개의 레스토랑과 선술집,기념품점이 줄지어 있다. 노점상의 꽃이며 과일,액세서리 등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방문 시에 먹어서 더 유명해진 비버테일 페이스트리가 점심 요깃거리로 인기다. 운하 건설 당시 바이 대령이 직접 조성한 바이타운의 중심지역인 바이워드마켓은 원래 평판이 좋지 않았다. 운하 건설에 투입된 인부들이 하루일을 마친 뒤 몰려들어 술로 피로를 풀었던 곳이었으니 더 말할 게 없다.

그런 바이타운이 캐나다의 수도가 된 것은 1857년이다. 무법천지란 오명을 벗기 위해 오타와로 이름을 바꾼 지 2년 만이다. 전쟁까지 했던 미국과의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갈등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역으로 오타와가 꼽힌 것이다.

킹스턴,몬트리올,토론토 등으로 왔다갔다 했던 수도를 결정지은 것은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수도 결정에 대한 논란이 하도 시끄러워 눈을 감고 찍었다는 얘기도 전한다.

수도로서의 오타와는 1859년부터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1866년 의사당 건물이 완공됐다. 의사당은 중앙의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정면의 중앙관과 동 · 서관 3개 건물로 되어 있다. 중앙관 가운데 90m의 시계탑이 있다. 오타와에서는 이 시계탑보다 높이 건물을 지을 수 없다. 7,8월에는 오전 10시에 100여명의 근위병들이 교대식을 펼친다. 한밤의 조명쇼가 기대 이상이다. 캐나다의 역사를 내용으로 한 영상을 의사당 전면 벽면에 쏜다.

캐나다 문명박물관도 들러야 한다. 곡선만으로 디자인된 독특한 건축스타일이 인상적인 박물관이다. 원주민의 거대한 토템폴과 유물이 인상적이다. 식민지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는 캐나다의 역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꾸며놓았다.

오타와=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

오타와는 온타리오주 남동쪽 오타와강과 리도운하가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100만명.캐나다에서 네 번째로 크다. 오타와가 속해 있는 온타리오주는 한국보다 14시간 늦다. 환율은 현금매입 기준 1캐나다달러에 1163원 안팎.

대한항공이 14일부터 운항하는 토론토 직항편(13시간)을 이용,토론토에서 국내선 항공편(1시간)이나 버스(4시간반)를 타고 오타와로 들어가는 게 제일 편하겠다. 에어캐나다를 타고 밴쿠버(10시간)를 경유,오타와(6시간)로 들어갈 수도 있다.

바이타운박물관(www.bytownmuseum.com),연방의사당(www.parl.gc.ca/vis),캐나다문명박물관(www.civilization.ca),개티노공원(www.canadascapital.gc.ca/gatineau)이 필수 코스.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02-733-7740),www.canada.travel 오타와관광청 www.ottawatourism.ca 온타리오관광청 www.ontariotrav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