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국에서 '아이보리' 비누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그는 고심 끝에 비누 조각대회를 연다. 욕실에서 샤워하거나 면도할 때 바르던 비누를 조각의 오브제로 승격시킨 것이다. 이 대회는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이후 30년간 해마다 열렸다. 아이보리 비누도 판매가 급증하며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탁월한 홍보 · 마케팅을 펼친 주인공은 'PR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다. 그가 20세기 전반에 쓴 책 《프로파간다》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홍보의 고전이다.

독일 나치의 괴벨스도 대중을 조작하는 데 사용한 '선전'(프로파간다)을 이 책에서 배웠다. '선전'이란 단어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자주 사용하는 바람에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됐지만 실상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정치적 통치 수단과 PR산업 부문으로 나눠 선전의 유효성을 설파한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메커니즘과 그것을 조작해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정치인이 과거의 틀에 안주하는 사이에 기업인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연결됐다. 그는 담배 홍보를 맡아 1920년대 여성들에게 담배를 피우게 했고,미국인의 아침 식단을 토스트에서 베이컨과 달걀로 바꾸기도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