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는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고 싶어하고 여자는 세세한 부분까지 얘기하려 할까. 똑같은 문제를 놓고 남자는 특정 패턴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여자는 여러 요소들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까닭은 뭘까. 왜 '남자는 배,여자는 항구'가 되려 할까. 다음 사례를 보자.

여직원 A는 10가지 프로젝트 중 9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남자 팀장이 그녀에게 '이번 업무는 어떻게 된 거야? 엉망이잖아'라고 말한다. A의 입이 튀어나온다. "팀장은 오로지 실패한 것만 지적하고 있어.이 회사는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아."

다른 팀의 남직원 B도 A와 똑같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 팀의 여성 리더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인다. 수고했다며 부하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등 변함 없는 신뢰를 표시한다. 그럼에도 B는 100%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남녀 팀장의 생각이 정반대이고 A와 B의 대응이 극과 극이다.

《회사 속의 男과 女 그 차이의 심리학》은 상대적으로 다른 뇌의 기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두뇌 활동 때 여성은 백질이라는 부분이 늘어나는데 이는 몸 전체를 관장하는 신경망이 모인 뇌 중앙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남성은 인지 범위를 특정 영역으로 제한하려는 회백질의 양이 증가한다.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러한 성 과학(gender science)의 이해를 바탕으로 남녀 균형과 조화에 이르는 방법을 연구했으며 20여년간 보잉,HP,IBM 등에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성별에 따른 효과적 협상,양성 윈 · 윈의 회의 기술,커뮤니케이션,갈등 해결,코칭과 멘토링 등 5가지 영역의 '남녀 차이 경영법'은 그 결과물이다.

'여성은 구어와 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여 남성보다 훨씬 많은 어휘를 구사한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언어 사용 한계점에 이르면 다른 사람,특히 여성의 말에 자꾸 끼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은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책할 때가 많은데 이는 타인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반면 남성은 타인에 대한 비난을 통해 대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

남녀 차이의 이해가 세일즈 실적 향상 등의 수익성 증대로 연결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현재 다수의 미국 기업이 뇌에 근거한 성 과학을 업무 현장의 투자수익률에 적용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여성의 재능이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 아래 '양성 균형 리더십'을 실현하는 곳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이 파산의 아픔을 딛고 부활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신디 스자도키에르스키의 관리 방식이 그런 케이스다. 올바른 의사 소통과 피드백에 대한 지속적인 멘토링,시의적절한 멘토링의 인프라화도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100만년의 유전자 역사가 스며 있는 두뇌 속에서 남녀 차이를 이해하는 단서를 발견했다면,이 책의 두 저자는 양성의 공존 속에서 개인과 조직이 함께 강해지는 기술을 찾아냈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