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을을 떠올리면 왠지 낭만적이고 여유로울 것 같지만,사실은 얼마나 불편한지요. 사람의 발길이 닿을까 싶은 '세상 끝'.그곳에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살고 그들과 호흡하며 웃음짓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도예가 길동수씨와 유명 도자기회사에 다니던 박은미씨는 도자기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페루로 떠났다가 인디오들에게 도예기술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배타적이었던 인디오들이 고려청자의 기술과 잉카의 예술성을 접목하면 훌륭한 문화상품이 될 거라는 이들의 설득과 열정에 감탄해 힘을 보태기 시작했지요. 잉카 문양을 새긴 도자기는 뛰어난 문화상품으로 거듭났고 그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노총각 노처녀 봉사단원으로 뜻을 모았던 두 사람은 '예술의 향기'를 피워 올리며 부부의 연을 맺고 그곳에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또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는 우은정씨,스콧 니어링의 삶을 꿈꾸며 이집트로 떠나 정보기술을 전하고 있는 유성주씨,군의관 대신 탄자니아 의료 봉사를 택해 인술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 김정우씨,베트남 농촌에서 양계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뛰는 이수현씨….

이들의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이야기가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박상주 지음,북스코프 펴냄)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20여년간 신문기자로 세상을 누비다 어느 날 일상을 내려놓고 '세상 끝'의 오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아시아까지 넘나들며 10개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설렘과 열정,남을 위한 봉사와 참인생의 기쁨이 행간 가득 묻어납니다.

제각각 떠나온 사연도 다르고 하고 있는 일도 다르지만,이들의 숭고한 땀방울은 '삶을 잠시 멈추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이 책의 성찰적 메시지와 잘 어울리는군요. 페루의 마추픽추 등 아름다운 풍경사진과 함께 '돌아온 뒤에도 끝나지 않는 여행'의 여운이 향기롭고,오늘보다 더 가슴 뛰는 내일을 선택한 '행복 여행자'들의 삶이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