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선조의 명을 받아 편찬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다.

문화재청은 31일(한국시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의 권고를 받아들여 한국이 신청한 《동의보감》 초간본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바베이도스 수도 브리지타운에서 열린 제9차 회의에서 IAC는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처음 기록유산에 등재된 이래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2001년),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 조선왕조의궤(2007년) 등 모두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의 기록유산 등재건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고,세계에서는 6번째로 많아 문화선진국으로서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학서론 처음 등재되는 것이어서 한의학(韓醫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

이번에 등재된 《동의보감》은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각각 소장하고 있는 25권25책씩의 초간본으로,보물 제1085호와 제1085-2호로 지정돼 있다.

《동의보감》은 의성(醫聖) 허준(1539~1615)이 선조의 명을 받아 당시까지의 동아시아 의료기술과 의학정보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백과사전식 의서다. 1610년 허준이 집필한 것을 3년 뒤 내의원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했으며 목록 2책과 내경(內景)편 4책,외형(外形)편 4책,잡병(雜病)편 11책,탕액(湯液)편 3책,침구편 1책 등 총 5편25책으로 구성돼 있다.

《동의보감》의 역사적 진정성과 세계사적 중요성,독창성과 기록정보의 중요성,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이 높이 평가됐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국가기관에 의해 작성 · 보관된 점,왕실 내장고에 있던 의서 500권을 바탕으로 120여종의 도서를 정리 · 인용하는 등 16세기 말까지 간행된 동양의학의 주요 의서를 집대성한 점,17세기 이후 가장 널리 사용된 의서로서 현재 동아시아 전통의학 보급 ·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점 등이 많은 점수를 땄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네스코는 이날 《동의보감》을 비롯해 영국의 '1215년 마그나카르타',네덜란드의 '안네 프랑크의 일기',독일의 '니벨룽겐의 노래' 등 35건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신규 등재했다.

《동의보감》의 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해 보건복지부와 한의학연구원은 《동의보감》을 조명하는 각종 학술행사와 특별전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의학계는 한국 전통의학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