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는 호주에서 가장 큰 주(州)다. 호주 서쪽 3분의 1이 서호주 차지다. 땅이 넓은 만큼 다양한 관광매력을 자랑한다.

인도양의 푸른 바닷물,넘실대는 해변에서부터 뜨겁고 황량한 오지 아웃백까지 호주 특유의 자연과 문화를 한목에 즐길 수 있어 좋다. 최근에는 영화 촬영장소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도 개봉한 호주영화 '오스트레일리아'가 낯익다. 6일 개봉하는 조민호 감독의 영화 '십억' 또한 서호주 올로케로 촬영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호주의 진주, 퍼스

서호주의 관문은 퍼스다. 퍼스는 서호주의 주도이지만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여유로운 도시다. 퍼스 시내여행은 킹스 파크에서 출발한다. 퍼스 시내와 퍼스를 흐르는 스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호주 전쟁기념비를 비롯해 서호주 전역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스완벨 타워는 스완강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퍼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외벽이 유리로 된 이 타워에는 영국 성공회가 기증한 8개의 종이 보관돼 있다. 서양인으로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이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기념으로 연주됐던 종도 포함돼 있다.

런던 코트와 퍼스 민트도 둘러보자.해리포터 속의 마법사 거리를 연상시키는 복고풍의 런던 코트에서는 진열대에 전시된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퍼스 민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폐국.금 원광석을 녹여 금괴로 만드는 시범 쇼가 매일 진행된다.

헤이스트리트와 머레이스트리트에는 대형 쇼핑몰인 데이빗 존스를 비롯한 상점이 몰려 있다.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한 작은 상점의 쇼윈도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프리맨틀의 카푸치노 거리는 여행길에서 맛보는 커피 한잔의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퍼스 시내에서 오후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해변의 일몰을 보고 싶다면? 걱정할 것 없다. 퍼스에는 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해변이 19곳에 달한다. 퍼스 출신의 배우 히스 레저가 사랑한 코슬로 해변이 특히 유명하다. 해변 일몰을 감상했다면 노스브리지로 향하자.노스브리지는 밤이면 퍼스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레스토랑, 펍,클럽 등이 밀집해 있는 퍼스의 밤문화 천국이다.

#황량한 외계행성의 사막?

피너클스는 서호주 여행길의 필수코스.극장에서 영화 '십억'을 관람하다가 '저 곳이 어디지?'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 중 하나는 피너클스가 틀림없다. 서호주 아웃백의 상징인 피너클스는 퍼스에서 북쪽으로 245㎞ 떨어진 남붕국립공원 내에 있다. 크기와 형상이 제각각인 석회암 뾰족바위(피너클) 풍경이 SF영화에 나오는 외계행성의 사막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수백만 년 전 울창한 숲이었는데 인도양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석회물질이 비를 만나 나무 뿌리에 스며들고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쳐 현재와 같은 뾰족바위 숲으로 거듭났다. 크게는 4m에서 작게는 몇 ㎝밖에 안 되는 피너클스는 풍화된 모습도 다양하다.

피너클스 인근 모래언덕 투어도 재미있다. 4륜 구동 지프나 트럭을 타고 거대한 모래언덕을 질주한다. 모래언덕의 급경사면을 만나면 주저하지 않고 낙하하듯 내리닫아 간담을 서늘케 한다. 제일 가파른 경사면에서는 샌드보딩도 즐긴다. 피너클스 투어와 연계돼 있다.

#서퍼들의 로망, 마거릿리버

마거릿리버는 영화 '십억'의 주 촬영장소다. 퍼스에서 남쪽으로 4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거릿리버는 한때 전 세계 서퍼들의 로망일 정도로 좋은 파도를 자랑한다. 인도양을 바라보는 다양한 해변과 굵은 나무들이 들어선 숲이 어울린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 '십억'의 서바이벌 게임에 최적의 장소라는 평.

카누를 타고 강줄기를 타고 오르는 기분이 남다르다. 카누타기 중간에 '소리 아일랜드'란 작은 섬에 들러 '부시터커'라고 하는 아보리진의 전통음식도 맛본다. 야생의 열매와 캥거루,에뮤,칠면조고기를 취향에 따라 식빵에 얹어 먹는다. 벌레가루를 넣은 잼도 있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마거릿리버 일대는 와이너리로도 유명하다. 각각의 와이너리가 자랑하는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과 어울리는 식사도 즐길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