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중독된 30대 남자 PC방에서 숙식하며 하루 평균 20시간씩 게임하다 사망,아침부터 9시간 연속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던 고교생 심장마비로 사망,20대 여성 온라인 게임하다 중태….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오락을 '즐기는' 세상이다.

이 같은 세태를 20세기에 벌써 예측했을까. 《죽도록 즐기기》는 뉴미디어시대를 예견한 닐 포스트먼의 매체비평서다. 미디어 이론의 대표 주자인 그는 미디어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마샬 맥루한과 달리 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에 렌즈를 들이댄다.

맥루한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매체가 인간 능력의 확장'이며,매체가 달라지면 메시지도 달라지고 수용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는 미디어의 속성들이 그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미디어 결정론적 관점이다.

그러나 닐 포스트먼은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게 될 것'을 염려했다. 그는 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텔레비전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했다. 텔레비전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즐거움을 줄 뿐이라는 것.이 같은 미디어의 단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그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텔레비전 주도의 '쇼비즈니스 시대'에서 인쇄매체 시대에 가능했던 이성적 · 사회적 담론이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 갖추라고 조언했다.

그의 견해는 맥루한과 상반된 점을 갖고 있지만 하나의 큰 공통점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강력한 미디어의 영향력 아래 살고 있다'는 현실적 명제다. '미디어사회'의 강력한 영향력은 급속한 사회 변화와 함께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방 · 통융합과 첨단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매체와 인간의 상호작용,메시지와 기술의 간극,미디어와 개인의 조응이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