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작년 32일→올해 11일
상층 한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 저지 때문

올해 여름이 이상하다.

전국 곳곳에 물 폭탄을 쏟아부었던 장마철이 사실상 끝났는데도 한여름의 단골손님인 불볕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던 시민들이 강가 등 야외에 나와 더위를 식히던 모습이 올해는 실종됐다.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시기에 초가을 날씨를 나타낸 것은 한반도 북쪽의 찬 공기가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을 차단한 탓으로 이런 현상은 다음달 상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 열대야와 불볕더위 실종 =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열대야가 사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10대 도시에서 밤(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가 발생한 날은 모두 11일에 불과하다.

아직 여름이 다 지나가지 않았지만, 작년의 열대야 발생일수 32일에 훨씬 못 미친다.

2000년부터 작년까지 서울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8.8일이었지만 올해는 29일까지 단 하루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평균 13.8일 열대야 일수를 기록한 부산 역시 올해는 하루에 그쳤다.

춘천과 대전은 올해 한 번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살인적인 낮 더위도 낯설기만 하다.

이달 들어 29일까지 10대 도시의 평균 기온은 24.1도로 30년 평균기온보다 0.9도 낮았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기온은 24.8도로 평년보다 1.2도가 낮고,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강릉은 22.8도로 평년 대비 1.2도나 밑돌았다.

◇ 초가을 날씨 원인 = 최근 우리나라 상층에 있는 한기가 하강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고 청명한 초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또 동해 북부 해상으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에 북동류가 유입돼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저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지난 6월 상순부터 티베트 동쪽 상공과 우리나라 동쪽 상공에 비정상적으로 기압능(기압 골짜기)이 발달하고 그 중간에 있는 우리나라 부근으로 북쪽의 한기가 남하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한반도 상층에 머물면서 무더위를 가져오는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고 있어 초가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8월 상순까지 선선 = 최근의 선선한 날씨는 8월 상순 전반까지 지속되겠으며 주로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저온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부근으로 가장 많이 확장할 시점이지만 최근 상층 기압골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당분간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일본열도 부근으로 물러나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4일께 전국에 비를 뿌린 뒤 점차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