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도입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더 이상 미디어법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며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방송질서가 시작되고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법에 대한 이 같은 평가와 함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 글로벌 미디어 산업 육성 등을 본격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방통위가 나선 까닭은 = 방통위는 25일 최시중 위원장이 2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통지했다.

최 위원장이 미디어법 통과 이후 나흘이 지난 일요일을 골라 기자회견을 갖는 의도에 대해 추측이 분분했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이경자, 이병기 등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헌재 결정전까지 방송법 관련 후속조치 논의에 참석치 않기로 한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디어법 처리 직후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시간을 둔 것일 뿐"이라며 "원래부터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25일로 종료됐다.

출범 초기부터 미디어법 개정 준비를 진행해온 방통위로서는 진통 끝에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한 마당에 또다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후속조치를 미룰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음직 하다.

게다가 유력 신문사들이 이미 종편채널 사업자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에 대한 섣부른 오해와 추측을 차단하고 미디어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신문이나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나 배려는 없을 것"이라고 확약했다.

◇종편채널 도입 구체화 = 최 위원장은 이날 대체적인 종편채널 도입방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방통위는 앞서 다음 달 중에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도입에 대한 구체적 정책방안을 발표한 뒤 사업자 승인 신청접수와 심사절차를 진행해 오는 10∼11월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 위원장의 구상대로라면 종편 채널 사업자로는 2개가, 보도 채널은 1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3개 사업자가 유효경쟁체제의 틀 안에서 경쟁을 벌이는 통신시장처럼 지상파나 종편, 보도채널도 3개가 돼야 바람직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이에 따라 종편 채널은 처음 도입되는 상황인 만큼 1∼2개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3개까지 늘려가고 이미 YTN과 MBN이라는 채널이 있는 보도채널 사업자는 1개를 늘려 3개를 채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일 사업자보다는 컨소시엄 형태가 사업자 선정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단일한 개인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면서 심사 기준에 대해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고 참여자의 세계적 안목과 공익성에 대한 존중성도 고려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재원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분야가 참여하는지를 심사의 한 항목으로 할까 생각 중"이라며 "콘텐츠 개발에 대한 자본과 인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롭게 등장할 종편채널 등 방송사업자는 정부 여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최 위원장은 "방송업에 대한 세제우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시장에 신규 진입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합법적 범위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개편 논의 단초도 제공 = 미디어법 통과와 함께 방통위는 곧바로 방송법 시행령 마련 등 후속조치에 들어간 것과 함께 현재 방송문화진흥회 및 KBS 이사진 선임을 논의 중이다.


방통위는 8월 중으로 새로 개편되는 방문진 및 KBS 이사진으로 하여금 KBS 수신료 인상 문제, 위상 재정립 및 MBC 민영화 문제를 본격 논의토록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것처럼 MBC가 공영이나 민영, 공민영 체제에서 정명(正名)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이 MBC 측과 논의를 거쳐 MBC 민영화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올해 말 정리가 이뤄져야 하는 방송광고 독점시장 해체 문제와 맞물려 있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광고수익에 재정을 의존하는 MBC로선 민영화 문제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측 판단이다.


최 위원장은 또 KBS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KBS가 정치적 향배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체제나 위상 문제도 공론의 장에 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공영방송법 제정 논의가 하반기 중에는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KBS·EBS 이사회를 대신해 공영방송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영방송은 광고 수입이 전체 재원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나머지 80%는 수신료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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