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노인은 2만여 개의 풍선을 주택에 매달아 열기구처럼 하늘로 띄운다. 엉겁결에 그 집에 살던 꼬마와 노인은 미지의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꼬마와 노인은 처음엔 갈등을 빚지만 서서히 거리를 좁힌다. 그들은 도착지에서 젊은 날 노인의 우상이던 탐험가를 만난 순간 새로운 위기를 겪는다. 탐험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꼬마의 친구인 희귀새를 잡으려 한다. 과거의 영웅이 오늘의 악당으로 돌변한 것이다.

픽사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업'의 줄거리다. 집을 풍선으로 띄우는 상상력은 아이와 어른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사별한 아내와 노인의 애틋한 사랑,노인과 꼬마의 끈끈한 우정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관계는 주제를 넌지시 던져준다. 인생의 진정한 힘은 거대한 성취가 아니라 주변인들과 맺는 따스한 관계란 사실.꼬마와 노인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웃음을 덤으로 제공한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가족 관객을 대거 흡수하며 3억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휴가철을 맞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용 애니메이션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업'(29일 개봉) 외에 20세기폭스의 '아이스에이지3:공룡시대'(8월12일 개봉),일본 애니메이션 '썸머 워즈'(8월13일 개봉) 등이 그것.세 작품은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웃음과 교훈을 제공한다. 색다른 모험이란 기둥 줄거리에다 가족애와 우정,사랑 등의 보조 플롯을 촘촘하게 끼워넣었기 때문.

'아이스에이지3'는 최근 미국에서 개봉 첫주 425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2편에서 빙하기와 해빙기를 겪었던 동물 주인공들이 이번에는 공룡시대로 들어간다. 나무늘보가 공룡알을 탈취한 데 격분한 어미 공룡에게 납치된다. 호랑이,맘모스 부부,주머니쥐 형제 등이 나무늘보 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다. 도중에 만난 족제비는 흙 맛만 보고 동물의 발자취를 알아내는 신들린 미각의 소유자.나무와 꽃 등과도 대화를 즐기는 엉뚱한 캐릭터다. 여기에 도토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하다 사랑하게 되는 다람쥐 커플 이야기가 보태진다.

다채로운 동물 캐릭터들의 몸짓 개그와 패러디는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맘모스가 새끼를 낳아 애지중지하는 모습에선 엄마의 사랑을 가르쳐준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건 우정,사랑의 티격태격 신경전 등은 어른들이 봐도 지루하지 않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 워즈'는 17세 천재 수학 소년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담은 팬터지 어드벤처물.짝사랑하던 선배의 부탁으로 시골로 떠난 소년과 27명의 대가족이 현실세계와 사이버 가상도시를 오가며 겪는 모험을 그렸다.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꼭 지켜줘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소년은 어른으로 한뼘 성장한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할머니,할아버지,친척들이 기다리는 시골에서 느끼는 설렘과 편안한 향수도 전해준다. 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비해 일본 특유 감성 코드가 도드러져 보인다. 호소다 감독은 "고도로 진화된 사이버 네트워크 세계라 할 지라도 가족애보다 짜임새가 끈끈할 수 없다"고 주제를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